매년 1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의 연례총회에는 전 세계 각 분야 정상들과 리더들이 모여 정치, 사회, 경제, 과학기술, 문화 등 전 분야의 주요 현황과 문제들에 대한 토론을 가진다. 또한 일부 문제들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 함께 시도할 해결책도 제시한다. 세계경제포럼은 다보스포럼이 열리기 1~2주 전에 세계 위험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올해 세계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들을 일어날 확률이 높은 것들과 일어나면 그 영향이 얼마나 큰지 이차원으로 그려 제시한다. 나도 몇 년 전 이 보고서를 작성할 때 참여하여 합성생물학, 감염질환 등에 대하여 전문가 의견을 제시했었다. 이렇게 위험요인들을 예측하는 것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잘 알아야 그에 맞는 답을 찾을 수 있으며, 특히 공..
우아한 형제들이 불공정한 형제들로 변했다. 합병 전이던 지난해 9월 최소배달료 6000원으로 라이더들을 공격적으로 모집하더니, 11월6일부터 12월3일까지는 4500원으로, 12월4일부터는 기본배달료 3000원에 500~2000원의 프로모션을 매일매일 변동해서 지급했다가 합병 후인 올 2월1일부터는 3000원으로 배달료를 삭감했다. 불과 5개월 새 벌어진 변화다.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9월의 6000원 요금제는 신입 라이더에게만 적용됐고, 기존 라이더에겐 3000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자유롭게 로그인, 로그아웃하는 형태의 배민커넥터를 모집했는데, 이들에겐 기본료 5000원에 500~1000원의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꿀콜이라 불리는 단거리 콜을 먼저 볼 수 있게 했다. 렌털비, 배달 ..
전주 완산학원의 사학비리를 제보한 기간제 교사가 전주시내 다른 사립학교에서 옮겨 근무한 지 1년 만에 재임용에 탈락했다. 사학비리 제보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사립학교가 고의로 ‘찍어내기’를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용기를 내 불의에 맞선 공익제보자가 보호받기는커녕 조리돌림을 당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5일자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이 기간제 교사는 완산학원 사학비리를 제보한 뒤 지난해 다른 사립학교로 옮겨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다. 그런데 이 학교는 지난달 14일 기간제 교사를 재공모했고, 28일 이 교사만 유일하게 탈락시킨 채 나머지 교사 22명을 전원 재임용 조치했다.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면 통상 2~3년은 근무토록 하는 관행을 깨고 1년 만에 탈락시킨 것이어서, 완산학원에 대한 공익제보로..
법무부가 ‘울산시장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피고인 13명에 대한 공소장 국회제출을 거부했다. 처음 있는 일로, 대신 공소사실 요지만 제출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참모들의 반대에도 “내가 책임지겠다”며 밀어붙였다고 한다. 기소된 피고인들은 모두 공인(公人)으로 이들의 혐의는 국민 알권리 범주에 있다. 그런데도 법무장관이 이를 막은 것이다. 공소장 제출 요구대상은 울산 시장·경제부시장, 전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경찰 치안감 등 고위관료들이다. 헌법재판소 결정, 대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직무 특성상 비판과 감시를 받아야 할 공인들이다. 이들에 대한 비판은 ‘상당한 정도로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국민은 사생활을 상당히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인의 혐의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3명 추가 발생했다. 국내 누적 환자는 모두 19명으로 늘었다. 추가 환자들은 중국이 아닌 제3국 방문에서 감염되거나, 감염된 이와 밀접 접촉해 확진된 것으로 추정된다. 2, 3차 감염자다. 기존의 중국 체류자 중심, 자진신고에 의한 방역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드러낸 것이다. 검역 대상과 체계를 대폭 넓히고 강화하는 ‘2단계 대책’이 필요하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17·19번째 환자는 지난달 콘퍼런스 참석차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콘퍼런스 참석자 중 확진자가 있었다는 연락을 받고 지난 4일과 5일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18번째 환자는 4일 확진된 16번 환자의 딸이다. 16번 환자는 지난달 중순 가족과 ..
“짐승들의 세계는 침묵과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짐승들이 가만히 엎드려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때 그들은 대자연과 다시 접촉하면서 자연 속에 푸근히 몸을 맡기는 보상으로 그들을 살찌게 하는 정기를 얻는 것이다. 그들의 휴식은 우리들의 노동만큼이나 골똘한 것이다. 그들의 잠은 우리들의 첫사랑만큼이나 믿음 가득한 것이다.”장 그르니에의 연작에 나오는 ‘고양이 물루’는 고양이에 관한 숱한 묘사 가운데 내가 최고로 꼽는 글이다. 이 글을 보기 전까지 나는 타자의 세계, 짐승의 세계를 이토록 가감 없이 관찰하는 시선을 만난 적이 없다. 고양이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침묵 속에 잠겨 있으며, 필요한 때가 오면 도약한다. 고양이의 시간은 기다림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인간의 해석이다. 그는 오로지..
2층으로 이어지는 낡은 나무계단이 삐걱댄다. 벽에는 뮤지컬 의 광고 포스터가 걸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온통 빈티지풍이다. 나무 탁자에 소파 의자, 옛날 영사기·시계·도자기가 놓인 장식장, 업라이트 피아노, 켜켜이 꽂힌 LP판…. 시간이 멈춰선 곳, 서울 대학로의 ‘학림다방’이다.학림다방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다방이다. 옛날 다방들이 커피숍, 커피전문점으로 바뀌는 속에서도 학림은 꿋꿋이 ‘다방’을 지켰다. 진화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세상에서 학림다방은 옛것을 지킴으로써 살아남았다. 여러 영화의 촬영장소로 사용됐고, 미래 세대에 전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아 ‘서울미래유산’이 됐다. 1956년 문을 연 ‘학림(學林)’의 이름은 건너편에 옛 서울대 문리대 캠퍼스가 있었던 데서 유래했다.시간이 쌓이면 ..
“나리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어서 마스크를 벗고 봄나들이 가고파라. 택배가 와서 나가보니 간밤에 내린 눈이 마당에 살짝 뿌려져 있다. 귀한 눈이라 강아지랑 둘이 행복하게 밟아댔어.얼마 전엔 북해도에 잠깐 일이 있어 다녀왔다. 눈이라면 원 없이 보고 왔지. 영화 의 오타루엔 오금이 저릴 만큼 차가운 독일식 맥주 ‘오타루 비루’가 있다. 농부들과 어부들이 목을 축이는 곳.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실어보았다. 눈이 무릎까지 차는 길을 하염없이 걷기도 했다. 그곳 북해도에서 농업대 선생을 지낸 우치무라 간조는 기독교의 배금 성장주의에 일격을 가한 ‘무교회주의’의 스승이다.나는 선생이 머문 교정 공원에 이르렀다. 자연을 노래한 선생의 글 일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