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15일 치르는 21대 총선이 7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여야 모두 후보 영입과 공천 작업, 공약 개발로 분주하다. 일부 야당은 통합 논의와 신당 창당 등의 현안도 걸려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친 정치권의 모습은 유권자인 국민들은 안중에 없고 의석수를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자신들의 리그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여러 정당들이 공약을 하나씩 발표하고 있지만, 어려워진 국민들의 삶과 국가 및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 방향과 수단 마련, 이를 위한 활동계획에 대한 고민과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또 최악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20대 국회 활동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성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
대표는 적장 앞에 등 떠밀려 나간다. 전직 대선후보는 제 집 앞에서 싸울 생각만 한다. 당은 선거법 개정에 내내 손놓고 있다가 패스트트랙 얻어맞고 뒤늦게 위성정당 만들 생각이나 한다. 그리고 그 당의 지지자들은 질리지도 않는지 아직도 ‘좌빨’ 타령하며 중도층에게 혐오감과 불쾌감만 안겨주고 있다.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대통령은 야당 복이 터졌다. 촛불 덕에 쉽게 당선됐지, 야당 덕에 통치도 거저먹는다. 유재수 비리, 감찰 무마, 조국사태에 선거개입 사건 등 대형 사고가 줄줄이 터져도, 자유한국당이 제1야당인 한 더불어민주당은 아무 걱정이 없다. 떨어져나간 표가 절대 그 당으로 가지는 않을 테니까.여당의 실정에도 한국당이 반사이익을 못 얻는다. 개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탄핵 직후 개혁을 하겠다며 탈당했던..
요즘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미세먼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와 함께 지구촌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가 남긴 유언장에는 인류가 앞으로 100년 안에 새로운 행성을 찾아 지구를 떠나지 않으면 멸종할 것이라는 경고가 들어 있다. 그 원인으로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원자력발전소와 핵폭탄, 사람들의 건강 악화 그리고 소행성 충돌을 들었다. 소행성 충돌을 제외하곤 모두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도 당장의 돈벌이에만 혈안인 머니좀비(money zombie)들과 이들과 한통속인 정치인들에겐 기후변화도 부정의 대상이어서 10년 뒤 지구의 운명이 정말 걱정이다. 이들에게 지구를 맡기기보다는 지구촌 시민들이 직접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최근 잇따르는 폭염..
현대국가에서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는 고전적 정의도 있고, 다원주의 국가관에서는 ‘갈등의 발견과 문제의 해결’로 보기도 하고, 자유주의적 관점에서는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이처럼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그 어디에도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처럼, 정치는 말로 하는 패싸움이라는 정의는 없다. 비통하고 어이없는 일이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정치인들의 책임일 수도, 아니면 입장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제스처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보통사람들의 책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를 보건대, 그것을 매개하는 평론가들과 언론의 책임이 작지 않다.소위 어용지식인을 자처하는 논객들은..
영화 의 한 장면이다. 냉전시대에 소련 스파이를 변호하는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에게 CIA 요원은 정보를 요구한다. 변호사는 규정보다 국가안보가 중요하다는 요원에게 말한다. “당신은 독일 출신이고 나는 아일랜드 출신이다. 무엇이 우리 둘을 ‘미국인’으로 만들었을까? 단 하나다. 규정집. 이걸 ‘헌법’이라고 하지. 그러니 규정 따위 없다고 건방 떨지 마!”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은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에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지닌다. 이는 내가 싫어하는 성별을, 괴상한 종교에 심취한 광신도를, 자신을 귀족이라 생각하는 꼴불견 인간을 같은 강의실에 마주한다고 해도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푸념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인간이 공공선을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편..
마스크가 논란이다. ‘피 묻은 마스크’가 학교나 쇼핑센터에서 발견됐다는 괴담부터 사재기, 품질 기준, 사용 방법까지 모두가 이슈다. 마스크는 얼굴을 감추거나 달리 꾸미기 위하여 나무, 종이, 흙 따위로 만들었던 물건을 말한다. 그리스 아가멤논 왕의 마스크,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황금마스크와 같이 마스크는 얼굴 가리개다. 우리나라의 탈도 마스크의 일종이다. 죽은 자를 위한 제례용이거나 행사용으로 많이 쓰였다. 엄격히 말하자면 작금에 논란이 되는 마스크는 실용적으로 만들어진 변종이다.지금과 같은 형태의 마스크가 나온 것은 19세기 이후다. 코와 입을 가릴 수 있도록 한 마스크는 수술용으로 개발됐다. ‘수술용(외과용) 마스크’가 명확한 표현이다. 의사가 수술할 때 입이나 코에서 미생물이 환자에게 떨어지지 않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중국에 500만달러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생각보다 좋지 않은 반응이 많았다.“중국이 전 세계에 피해 입힌 거니까 우리가 중국에 마스크랑 돈을 청구해도 모자랄 판 아닌가” “언제까지 중국 눈치만 보는 사대주의 외교를 펼칠 것인가” “여러분, 우리 세금 60억원이 이렇게 터지고 있습니다”. 발 빠른 누군가는 청와대 게시판에 중국 500만달러 지원을 반대한다는 국민청원까지 올렸다.알 수 없는 위험 앞에서 자기보호 본능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갈 때 마스크를 쓰고, 예전보다 더 자주 손을 씻으며, 정부에 더욱 촘촘한 방역대책을 요구한다. 추가 확진자가 급증하고, 3차 감염자까지 나온 ..
하늘가에 붉은빛 말없이 퍼지고물결이 자개처럼 반짝이는 날저녁해 보내는 이도 없이초라히 바다를 넘어갑니다 어슷어슷하면서도그림자조차 뵈이지 않는 어둠이부르는 이 없이 찾아와선아득한 섬을 싸고돕니다 주검같이 말없는 바다에는지금도 물살이 웃음처럼 남실거리는 흔적이 뵈입니다그 언제 해가 넘어갔는지 그도 모른 체하고 ─ 무심히 살고 또 지내는해 ─ 바다 ─ 섬 ─ 하고 나는 부르짖으면서내 몸도 거기에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신석정(1907~1974) 이 시는 신석정 시인의 등단작으로 1931년 ‘시문학’ 10월호에 실렸다. 하늘에는 노을빛이 넓적하게 번지고, 바다의 물결은 금조개의 껍데기 조각처럼 반짝인다. 저무는 해는 바다를 넘어가고, 어둠은 섬을 둘러서 감싼다. 바다에는 자개처럼 빛나던 물살의 흔적이, 웃음처럼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