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고향에 내려갔다가 은행에서 우연히 동창을 만났다. 동창은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중학교 동창이니 마지막으로 본 지 20년도 더 된 셈이다. 한눈에 동창을 알아본 건 아니었다. 그것은 동창도 마찬가지였다. “이름이 특이해서 어, 했는데 얼굴을 보니 너더라.” 동창은 내 얼굴을, 나는 동창 얼굴을 보고 그때를 적극적으로 떠올렸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잖아.” 동창의 입에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책상을 사이에 두고 그때가 소환되고 있었다. 당시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마 어떤 부분은 동창이 더욱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어릴 때 먹던 소시지가 더 맛있지 않아?” 저녁을 먹다가 형이 불쑥 물었다. 소시지를 문 채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출시되는 소시지가..
‘타다’는 합법이라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19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 두 법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타다는 모바일 앱으로 차량을 부르면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가 함께 제공되는 렌터카 호출 서비스다. 검찰은 “타다가 법이 금지하는 운전자까지 알선, 사실상 콜택시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 대표 등을 기소했다. 재판부는 “타다는 ‘초단기 승합차 임대(렌트)’로 처벌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판결이 확정되면 타다는 현행법 안에서 합법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관련 시장의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 터이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택시운송은 사라지게 됐다”며 반발했다.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국민 안전뿐 아니라 민생 경제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가게에 손님의 발길이 끊기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이들뿐 아니다. 경제·사회·문화 등 나라 모든 분야가 비상 상황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 있다. 노숙인, 쪽방촌·생활시설 거주자 등 취약계층이다. 최근 무료 급식소와 진료소 등이 잇따라 휴업하면서 이들 취약계층의 생계와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서울역 인근 등 서울 시내 많은 무료 급식소·진료소가 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해 문을 닫았다. 무료 급식소의 경우 서울의 3곳 가운데 2곳이 운영되지 않는다고 한다. 무료 급식소에서 식사를 해결해온 노숙인·독거노인들은 끼니..
19일 하루 만에 확진자가 급증하며 국내 코로나19사태가 최대 고비를 맞았다. 이 중 18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경북은 지역 전체가 초비상 국면이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환자가 늘고,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짙어지면서, 본격적인 지역 확산 대비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란 외부 유입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다가 감염되는 것을 의미한다. 어디에서건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초기증상이 감기 등과 비슷해 혼동하기 쉬운 데다, 감염 가능성도 광범해진 만큼 보건당국과 지자체, 의료진, 개별 시민 등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론 극복할 수 없다. 사회 전체가 총력을 다해야만 이겨낼 수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19일 오후 11시 현재 코로..
아르헨티나 골목에서 만났던 반도네온 연주자를 잊지 못한다. 탱고엔 반드시 반도네온이 있어야 제맛이지. 탱고가 두루 퍼진 까닭이 있다. 당시 사교 무도회엔 왈츠나 추는 정도. 어깨에 손을 얹고 허리나 좀 잡는 스킨십이었는데 탱고는 깊은 포옹까지 거침없었다. 유럽으로 건너가선 콘티넨털탱고라 하여 점잖은 탱고로 바뀌기도 했다. 반도네온 자리에 유사품 중후한 아코디언을 쓰고 말이다. 본고장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확실히 뭔가 달라. 진한 반도네온 맛에다 탱고 춤꾼들의 ‘밀착’이 장난 아니다. 무희의 허리가 으스러질 지경.간밤 펄펄 눈이 내렸는데, 탱고를 추듯 눈발이 춤을 추었다. 나도 덩달아 설뚱해서 숫눈밭에 발자국을 남겼지. 춤추는 인디언처럼 모카 가죽신은 아니라도 장화를 꺼내 신고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눈발자국이..
미국 여성 메리 맬런은 상류층 가정에서 일하던 요리사였다. 1907년 어느 날 그녀가 일하던 집에서 장티푸스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사건을 조사하던 의사는 그녀가 이전에 일했던 곳에서도 병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1900년부터 7년 동안 51명을 감염시켰다. 무증상 보균자였던 본인은 멀쩡했다. 그녀의 신상은 공개됐고, 마녀처럼 묘사됐다. 그녀는 슈퍼전파자로 지목되면서 30년간 격리된 채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그녀는 ‘장티푸스 메리’로 역사에 남아 있다.중국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이 발생했을 때다. 2003년 2월 광둥성 의사였던 리우 지안룬은 사스를 치료하다가 감염됐다. 사스 증상을 보였으나 결혼식 참석차 홍콩에 갔다. 그는 한 호텔에 머물면서 투숙객 16명을 전염시켰다...
4·15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의 후신인 미래통합당 후보로 지역구 출마에 나서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출마의 변에서 “대한민국에서 관찰한 것 중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진보세력은 통일주도 세력이고 보수세력은 반통일 세력’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통일에 대한 엇갈린 관점과 서로에 대한 증오심으로 남남 갈등에 빠져 있으면 영원히 분단국가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과거 보수정부 시절 ‘통일 대박’ 등을 외치며 북한 붕괴와 흡수 통일을 지향했고, 소위 진보정부에선 오히려 남북 간 교류협력에 방점을 두고 점진적 통일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태 전 공사의 말이 정확하다고 할 순 없다. 다만 통일과 북한에 대한 시각차가 우리 사회의 주요 갈등 소재로 작용한..
내가 나에게 오늘은 내가 나에게 칭찬도 하고 위로도 하며같이 놀아주려 한다순간마다 사랑하는 노력으로 수고 많이 했다고 웃어주고 싶다계속 잘하라고 힘을 내라고거울 앞에서 내가 나를 안아준다 - 시집 에서 내가 나에게 Ⅱ 오늘은 오랜만에 내가 나에게 푸른 엽서를 쓴다어서 일어나 섬들이 많은 바다로 가자고파도 아래 숨쉬는 고요한 깊이 고요한 차가움이 마침내는 따뜻하게 건네오는 하나의 노래를 듣기 위해끝까지 기다리자고 한다이젠 사랑할 준비가 되었냐고만날 적마다 눈빛으로 내게 묻는 갈매기에게오늘은 이렇게 말해야지파도를 보면 자꾸 기침이 나온다고수평선을 향해서 일어서는 희망이나를 자꾸 재촉해서 숨이 차다고- - 시집 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 수녀에게 이 시를 읽어주니 요즘의 자기 마음과 같다고 그동안 자신을 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