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는 이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삿포로 고등재판소에서 우익논객 사쿠라이 요시코 등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린 지난 6일, 패소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한 말이다. 재판부는 사쿠라이가 쓴 글로 우에무라의 명예가 훼손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사쿠라이가 우에무라 기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가질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실망스러운 판결이 아닐 수 없다. 1심에 이어 두 번째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이 재판은 단순한 두 언론인 간 다툼이 아니다. 일본의 전쟁범죄와 부끄러운 역사를 파헤친 언론인과 그 역사를 부인하고 다시금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가려는 일본의 보수 우익 아베 정권과의 ‘역사적’ 싸움이다. 우에무라는 1991년 8월11일 위안부 ..
우유 회사에 입사를 한 지 한 달 만에 진만은 사표를 내고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왔다.“뭐야, 잘린 거야?”편의점에서 퇴근하고 돌아온 정용은 진만을 보자마자 바로 그 말부터 했다. 진만은 양말도 벗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어쩐지 몸이 조금 홀쭉해 보였다. 얼굴은 거무튀튀하게 변해 있었다.“아니야. 내가 스스로 관둔 거야.”진만은 몸을 반쯤 일으켰다가 도로 자리에 누웠다. 끙, 작게 신음도 냈다. 그는 한 달 동안 모텔 생활을 하면서 우유 판촉 행사만 하다가 돌아왔다. “어머니, 우유 하나 드세요. 어머니, 이젠 어머니 뼈도 생각하셔야죠.” 진만은 낯선 도시에서 한 달 내내 그 말만 입에 달고 살았다. 처음엔 ‘어머니’라고 부른다는 것이 ‘어머나’로 잘못 발음해서 함께 판촉 활동을 하던 김 과장에..
그림책 관련자로서 “요즘 우리 그림동화 참 좋던데요”라는 칭찬을 들으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표정이 된다. “우리 그림책 대단하죠”라고 대답하면서 “그림동화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아요”라고 표현을 고쳐드리곤 한다. 동화는 어린이가 읽는 문학에 속한다면 그림책은 그림이 서사의 주도권을 갖고 글과 함께 제3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전혀 다른 분야의 현대예술이다. 회화와 문학과 디자인이 어우러져 출판이라는 대량 생산 체제를 통해 생산되므로 누구나 가볍게 한 권씩 소장할 수 있다. 어린이만 읽는 책은 아니지만 어린이가 예술의 매력을 만나는 최초 경로이기도 하다. 그림의 역할이 큰 그림책은 국적을 넘어 독자를 만난다. 영화 의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 장면을 보면서 세계 독자의 사랑을 받는 우리 그림책 작가들을..
작년 말부터 올해 초 몇 달 사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브라질 아마존 밀림에서부터 타오르던 불길은 캘리포니아 호화주택까지 태워 간담을 서늘케 만들더니, 털이 그을린 코알라며 캥거루들로 눈시울을 적시게 한 호주 산불이 잦아들기도 전에 코로나19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봉준호 감독의 으로 얼어붙은 마음이 환호로 뒤바뀌는 중이다. 숨차다. 심장이 널뛰는 가운데 몇 가지 두서없는 통찰이 있었다.첫째, 사람도 동물이구나. 그런데 대체로 망각하고 산다. 코로나19는 동물을 매개로 전염되었고, 이는 메르스, 사스 등 대규모 전염병들의 공통점이다. 사람과 동물의 감염병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은 사람, 동물, 생태계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는데 나 혼자 건강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등록을 허용했다. 4·15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를 겨눈 위성정당이 정당법상 형식적 요건을 갖췄다고 한 것이다. 이 위성정당은 부산·대구·경남 시·도당 주소가 한국당 시·도당사와 같고, 울산시당은 외딴 공터 창고를 당사로 등록해 논란을 빚었다. 선관위는 같은 건물도 층이 다르고, 창고라도 당사무실 용도로 제한하진 않으며, 당원들의 이중당적 여부도 서류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 전 선관위는 ‘비례한국당’ 명칭 사용을 불허하며 ‘유권자 혼란’ 외에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왜곡’과 ‘선거질서 훼손’도 이유로 꼽았다. 전례 없고 급조된 위성정당에 대해 이번엔 서류상의 기계적·관행적 판단만 앞세운 셈이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등록을 허용했다. 4·15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를 겨눈 위성정당이 정당법상 형식적 요건을 갖췄다고 한 것이다. 이 위성정당은 부산·대구·경남 시·도당 주소가 한국당 시·도당사와 같고, 울산시당은 외딴 공터 창고를 당사로 등록해 논란을 빚었다. 선관위는 같은 건물도 층이 다르고, 창고라도 당사무실 용도로 제한하진 않으며, 당원들의 이중당적 여부도 서류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 전 선관위는 ‘비례한국당’ 명칭 사용을 불허하며 ‘유권자 혼란’ 외에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왜곡’과 ‘선거질서 훼손’도 이유로 꼽았다. 전례 없고 급조된 위성정당에 대해 이번엔 서류상의 기계적·관행적 판단만 앞세운 셈이다. ..
지난 10일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28명에 머물렀다. 반면 완쾌돼 퇴원한 환자는 모두 7명이 됐다. 조만간 병원문을 나서는 확진자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국내 코로나19 방역은 안정적인 방역체계 안에서 통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을 갖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달 말이 되어야 확산세가 꺾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 질병관리본부도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한다. 계속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방역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국내 코로나19 관리의 마지막 관문은 대학가가 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