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확진자 수가 더 많대!” “내 그럴 줄 알았다. 싹 쓸어버렸으면 좋겠다.”카페 옆자리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이웃 나라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디서도 “안됐다”라는 말은 들리지 않았다.독일어에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가 있다. 문자 그대로 하면 ‘해로운 기쁨’, 뉘앙스를 살리면 ‘사악한 즐거움’이다. 타인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즐거워하는 심술궂은 마음을 뜻한다. 길 가다 바나나 껍질을 밟아 크게 넘어지는 사람을 보고 웃는 것도 샤덴프로이데다. 경쟁 팀의 선수가 부상을 입었을 때 잘됐다는 마음이 드는 것,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곤경에 처했을 때 고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샤덴프로이데다. 가까운 사이에..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유권자로 편입된 고3생들의 선거권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속출하고 있다. 고3 교실의 원활한 선거권 행사를 옥죄는 법령과 해석이 나오더니 6일에는 중앙선관위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학교 내 모의선거 교육을 원천적으로 불허하는 결정을 내렸다. 진보 성향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마치 해서는 안될 일을 강행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보수 쪽 시각에 손을 들어준 셈이 되었다. 고3 유권자를 위협하는 가장 황당한 사례는 공직선거법 제106조(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하여 호별로 방문할 수 없다 등)에 대한 선관위 해석이다. 지난달 선관위가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고3 유권자는 SNS 활동을 통해서나 개별적으로는 후보 지지 발언을 할 수 있다. 다만, 대중을 상대로 연단에서 공개 지지연설은 할..
서울중앙지법이 6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법인과 전직 임직원들에게 각각 벌금 260억원과 징역 1~2년 및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 기준치를 초과한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는 경유차 12만대를 들여와 이 중 상당량을 판매한 혐의다. 지은 죄에 비해 벌금의 규모나 형량이 가벼운 것은 아쉽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박모 전 사장 등은 법정구속을 면했고, 독일로 도피한 요하네스 타머 전 총괄사장은 선고가 연기됐다. AVK의 행위는 의도적 조작에 의한 환경범죄라는 점에서 그 죄가 무겁다. 경유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은 인체에 치명적이다. 폐암 등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인 일산화질소 등을 내뿜는다. 한국은 질소산화물을 유럽 배출가스 허용기준(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불안감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피해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클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다중시설을 찾는 발길이 뚝 끊기고, 각종 모임이 취소되는 등 일상생활도 확 달라졌다. 보건 당국이 감염병과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시민들도 개인보다 공동체의 이익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는 데 가장 절실한 것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치권의 초당적 대응이다. 한데 누구보다 시민의 불안을 잠재우는 일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위기에 편승해 국민을 편 가르고, 정부 비판에 활용할 수 있으면 불안과 공포를 가져올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중국에 마스크 300만개를..
“엄마, 캐릭터 뺏겼어! 엄마랑 비슷한 사람이 ‘엄마’로 나오는 유튜브 있어.” “뭔데?”얘기를 듣고 찾아보니 채널 ‘시골가족’이었다. 불과 며칠 전에 알게 됐는데 보는 재미가 짭짤하다. 밥상에 둘러앉아 가족들이 밥을 먹는 것이 전부인 평범한 영상이다. 무뚝뚝해 보이는 아버지와 엄마, 그 사이에 다정한 미소를 띠며 얘기하는 자녀가 번갈아 등장한다. 온 가족이 한꺼번에 나올 때는 드물고 어느 날은 아버지와 두 딸만, 엄마와 딸 그리고 아들이 나오는 식이다. 굳이 장르를 구별하자면 가족 먹방이다. 하지만 이 채널을 보고 있으면 왠지 편안하고 따뜻해진다. 덩달아 느긋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혼자 웃는다.영상에서 보이는 아버지와 엄마는 과묵한 편이다. 원래 말수가 적을 수도 있고 아무래도 동영상 촬..
언론과 정치 간 인적 이동은 뿌리 깊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제헌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국회의원 중 언론인 출신은 모두 377명이다. 제헌국회 20.5%를 시작으로 18대 국회까지 15% 안팎을 유지했다. 19대 국회에서 처음 한 자리 대인 8.7%로 떨어졌고 20대에도 같은 8.7%를 기록했다. 과거에 비해 비중이 줄었다지만, 일본(2%), 미국(2.8%), 프랑스(1.2%) 독일(3.9%) 영국(5.4%) 등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언론의 높은 정치 병행성과 낮은 전문직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김세은, ).언론인의 권력지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권부인 청와대행이다. 1961~1987년 언론에서 청와대로 직행한 언론인은 18명이다(김지운, ). 민주화 이후 언론인의 청..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움직임이 세계 전역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바이러스 효과’는 세상을 잇고 있는 연결의 밀도와 강도를 잘 보여준다. 신종 코로나의 빠르고 광범위한 확산은 세계를 촘촘히 이어주는 항공교통 때문이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고 하늘길을 통제하니 당장 관광산업이 주력인 지역들로 불똥이 튄다. 중국 자동차 부품 공장이 휴업을 하니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국내 자동차 공장이 멈춰 서고, 협력업체들도 덩달아 피해를 본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가동을 멈추는 사업장이 많아지면 국제 분업으로 이어진 산업 분야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재난 상황에 필요한 기본 물품의 적절한 공급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다. 신종 코로나 방역에 기본인 마스크는 전에는 쉽게 구할 수 ..
숙명여대 법대 합격자 A, 변희수 하사 두 분께 연대의 편지를 보냅니다.저는 공개 커밍아웃하고 고향에서 활동하는 바이섹슈얼,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입니다. 제주퀴어문화축제 공동조직위원장이자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의 퀴어인권분과에서도 활동 중입니다. 원래 직업은 음악교사입니다만, 비정규직이라 커밍아웃과 활동 후에는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아 현직은 아닙니다.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직장생활이나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까운 몇 사람에게만 커밍아웃하는 것도 참 많은 각오가 필요하잖아요. 저는 커밍아웃 전에는 화장을 했다는 이유로 사직 요구를 받았고, 커밍아웃 후 간혹 시간강사로 근무할 때에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혐오와 마주해야 했습니다. 변희수 하사께서 군인권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모습을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