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회사엔 숫자 칸막이가 있다. 직장보육시설을 둬야 할 기준은 상시근로자 500인, 대기업은 300인, 주 52시간제는 올해 50인 중소기업까지 지켜야 한다. 노동위원회에 가면 가장 먼저 묻는 숫자가 ‘5인’이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망이 적용되는 갈림길인 까닭이다. 지금껏 사업주는 “지불능력이 모자란다”고, 정부는 “근로감독 부담이 크다”고 법 적용에 난색을 표해 왔다. 그 속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계속 늘어 지난해 580만명을 찍었다. 노동자 네 명 중 한 명이고, 도소매·음식·숙박·부동산업은 대다수를 차지한다. 정규직·계약직과 또 다른 ‘3등시민’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 ‘권리찾기 유니온’(www.unioncraft.kr)이 5일 개통됐다. ‘권유하다’로 부르는 당사자 참여 운동이다.5인 ..
2001년 4월 말 그대로 ‘혜성같이’ 등장한 가수 겸 배우 하리수는 한국인들의 고정관념을 뒤흔들었다. 2000년 9월 게이인 배우 홍석천이 ‘커밍아웃’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한국인들에게 알린 지 대략 7개월 만이었다. 홍석천이 동성애라는 당시 사회의 금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면, 트랜스젠더 하리수의 등장은 ‘타고난 성(性)을 바꿀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하리수는 한국사회의 선구자였다.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악담을 받기도 했지만 버텨냈다. 이듬해 12월에는 법원에서 호적 정정 및 개명 허가를 받았다. 법적인 성을 바꾸는 일은 같은 해 7월에도 있었지만, 유명인의 경우는 그 파장이 훨씬 컸다. 하리수의 주민번호 7번째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고, 본명이 이경엽에서 이경은으로 바뀐 것은 이 사회의..
국회의원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당들이 후보 공천과 인재영입, 세력 간 통합 논의로 바쁘다. 여론 동향과 투표 전망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의 궁극적 관심사는 누가 이길 것이냐다. 민주주의는 정치경쟁의 제도화이니, 정치인들이 더 많은 지지를 얻으려 다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한국에선 흥미로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정치권과 지지층이 똘똘 뭉쳐 자기편을 지키고 상대편을 타도하려는 공동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갈등구조는 복잡한데, 정치는 양쪽으로 쩍 갈라진 대립 구조다.이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현실을 평가하고 재단하기 전에 우리는 조금 더 긴 역사적인 관점을 취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금의 대결정치는 완전히 새로운 것도, 특별히 극심한 것도 아니다. 노무현시대에 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