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되었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위험에 맞서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인데, 이를 둘러싼 논의와 정책을 정치화시켜 버리는 일 말이다. 사태 초기부터 그들은 2008년 광우병 사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런저런 시그널들이 있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위험을 정치화시키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선거운동이다. 총선이 두 달밖에 안 남지 않았는가. 그러나 코로나19를 광우병으로 만드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수입 쇠고기를 먹어야 하는 계층과 한우를 먹는 계층을 뚜렷하게 갈라놓았던 광우병과 달리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는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민주적인’ 위험이어서 전선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국민의 안전을 시장에 맡기려 했던 보수정부와는 달리 공공의 영역에 적극 개입하는 문재인..
“저기요” 하고 부르면 열에 여덟은 성난 얼굴로 돌아본다는 곳, 한국 사회가 그렇다고 한다. 조금만 건드려도 어디서든 빵하고 터져 나올 만큼, 그만큼 억압된 것이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는 바이러스가 우리를 불렀다. 누가 감염된 자인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확산된 혐오와 불안을 보면서 계속 떠오르던 말이 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일본에서 분노의 표적이 되었던 그 조선인은, 중국인이 되었고, 다시 대구 사람들이 되고, 이제 ‘신천지’가 되고 있다. 그들을 격리하고 제거하면 우리 모두 안전해질 수 있을까?위험한 존재를 ‘안전한 공간, 건강한 사회’로부터 제거하는 방식은 어디서나 비슷하다.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방식은 소독과 방역, 의심과 격리, 배..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높아진 가운데 하루 200명 이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폭증세가 심상치 않다. 일부 지역에 몰린 환자 급증 상황이 전국적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확산세를 꺾기 위해선 앞으로 몇 주간이 관건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역이 절실해졌다. 신천지 예배로 예상치 못한 감염의 둑이 무너지기 전까지, 국내의 안정적인 대처가 가능했던 것은 합심해서 위기를 극복하자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연대 덕분이었다. 정부는 더욱 엄중해진 상황에서, 한 단계 강화된 대국민 수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24일 코로나19 감염자는 800명을 넘어섰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환자 75% 이상이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 관련 확진자이고, 지역별로도 대구·경북 쪽에 몰려 있다. 그러..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속도만큼이나 대구·경북 지역 주민의 불편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평소 북적대던 대구 칠성시장은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8일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 24일에는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반면 약국과 이마트에는 마스크와 소독제, 생필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유무 증상으로 자가격리 중인 시민들이 불안해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대구·경북 주민들은 1주일째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 못지않게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 일각의 혐오와 기피 정서다. 서울의 일부 대형병원은 대구·경북 지역 환자들의 수술을 연기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은 25일부터 일정기간 대구~제주 노선의 운항을 중단키..
코로나19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들이 잇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이 지난 11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업무방해 협의로 ㄱ씨를 불구속 기소한 데 이어 대구지검도 지난 21일 ㄴ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이 “ㄷ병원 가지 마라, 신종바이러스 의심자 2명 입원 중” “ㄹ병원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 검사 중, 응급실 폐쇄 예정”이라는 내용을 각각 카카오톡 단체방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뜨린 혐의 때문이다. 수사 결과 ㄱ·ㄴ씨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병원이 입은 유·무형의 피해는 컸고 해당 지역 시민은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검경이 수사 중인 코로나19 관련 허위사실 및 개인정보 유포사건은 100건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