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코로나19 경증 환자 7명이 4일 광주의 빛고을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사흘 전 광주시·의회·대학·병원·518단체가 “대구의 고통을 함께하겠다”는 공동 특별담화를 낸 후 두 가족의 환자 이송이 시작된 것이다. 이 행렬은 광주시가 “광주·대구 환자들이 절반씩 쓰겠다”고 약속한 2개 감염병전문병원의 105개 병상이 찰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영호남이 맞잡은 연대의 손길이 대구의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덜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대구·경북의 생활치료센터 교통정리도 순조롭게 가닥이 잡혔다. 소규모 100병상인 문경 서울대병원인재원은 경북도가 활용하고, 입원 대기자만 2200명이 넘는 대구 확진자들이 영덕·경주·칠곡 등지 시설을 쓰기로 했다. 일부 지역 간 오해가 돌출해 걱정했지만, 급박한 대구 상황이..
정부가 11조7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극복 추가경정예산안’을 4일 심의, 의결했다. 앞선 두차례 지원 규모까지 보태면, 코로나 사태 해결에 모두 30여조원을 투입하게 된다. ‘코로나 추경’은 방역 빈틈을 없애고 서민·소상공인·중소기업을 지원,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8조5000억원을 방역체계 고도화 및 경제 살리기, 민생·고용 안정 등에 지원했다. 또 세제지원 등에 따른 부족분 3조2000억원은 세입경정으로 메워 재정확대 효과가 반감되지 않도록 했다. 정부는 추경예산 중 10조3000억원을 국채발행을 통해 충당한다. 비상시기를 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국가채무가 815조원으로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4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야권의 단일대오를 촉구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국회 정론관에서 이런 편지를 읽으며 “상당히 오랜 기간 다듬으신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감옥에서까지 총선 지침을 내리고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파렴치한 정치 행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총선을 앞두고 일부 친박계 정치인들은 ‘태극기부대’를 바탕으로 자유공화당(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 앞다퉈 신당 창당에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잘 억제되던 코로나19가 막 확산세로 돌아선 지난주 두 일간신문에서 읽은 논설위원들의 칼럼은 야비하고 역겨운 내용들이었다. 감염증 확산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를 이용해 더욱 공포를 부채질하고,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들까지 욕보이는 칼럼이었다. 역겹지만 제목이나마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 전체가 세월호다”와 “대구 사람들 참 점잖다”라는 칼럼이다.이 칼럼들의 논지는 참 비슷하다.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를 주장하는 ‘전문가’나 언론의 말은 듣지 않고 오히려 중국 혐오가 퍼질 것만 우려하며 국민을 방치하는 정부야말로 나라 전체를 세월호로 만들고 있는 정부 아니냐는 것이다. 마스크 수급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대구=신천지=야당의 프레임이나 만들고 있는 정부 앞에서 점잖게 참는 대구 시민들이 감탄스럽다는 것이었다...
오늘의 사태를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한 달 반 만에 확진자 5000명을 훌쩍 넘겼다. 1월20일 질병관리본부가 첫 확진자 발생을 알렸을 때만 해도 놀라지 않았다. 30대 중국 여성이었다. 보건당국이 위기경보를 ‘주의’로 올렸지만, 의례적인 방역조치라 여겼다. 그때만 해도 ‘발등의 불’이 아닌 ‘강 건너 불’이었다. ‘우한 폐렴’이라 부르며 ‘중국에서나 발생하는 감염병’이려니 생각했다.설 연휴가 1차 고비였다. 중국에서는 춘제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들불처럼 번져갔다. 한국도 하나둘 감염자가 나오면서 연휴 마지막날 4명이 되었다. 같은 날 중화권의 감염자는 2744명, 사망자는 80명으로 폭증했다. 긴장감이 높아졌다. 한국의 위기경보가 ‘경계’로 상향됐고,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가동됐다. 사람들은 잠시 사스와 ..
요새 가장 실세라면 신인 트로트 가수 ‘송가인’씨라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연 행사가 죄다 취소되어 파리 날리겠지만 이미 벌어 놓은 돈이 솔찬하겠다. 이 글을 혹시 본다면 사인본 음반이라도 보내주슈! 가인씨 손전화기 번호가 저장된 사람이라면 실세 중 실세 인정. 그렇지만 사실 나는 이미자 여사의 팬이니까 굳이 팬심을 바꾸고 싶진 않아라. 스캔들 사연이라곤 없는 가수 노사연, 절대로 통통배를 움직이며 해운 사업을 하면 안되는 배철수, 잠이 너무 많은 트로트 뽕짝의 여신 이미자. 누구 말마따나 잠이 보약이고 잠이 최고여서 이름도 이미자.사회적 거리를 두라길래 집에 가만히 있는데, 막걸리를 받아놓고 파전 김치전에 매생이굴국 끓여먹으면서 국가 지침을 준행하며 지내고 있다. 살이 찐다. 확진자가 아니라 확찐..
2001년 9월11일, 여객기 두 대가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충돌했다.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는 “맨해튼에 차가 한 대도 없었다. 현실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고 9·11 직후 분위기를 떠올렸다. 미국 내 모든 것이 멈췄다. 야구도 예외일 수 없었다.양키스 선수들은 야구장 대신 제이콥 컨벤션 센터를 찾았다. 피해복구 자원봉사자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곳이었다. 조 토레 감독은 “우리가 여기에 오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저 야구하는 사람들일 뿐인데”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양키스 선수들을 향해 팬들이 모여 들었다. 사인 요청 사진 속 실종자들은 양키스타디움에 있거나, 양키스 모자를 쓰고 있었다. 토레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물론 야구였..
‘신천지’의 자체 추산 30만 교인 중에는 특히 청년세대의 비율이 높다고 들었다. 다른 교단에 비해 유난한 숫자라고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의 학생들 중에도 그 근처까지 갔다가 빠져나온 사례들이 있다. 교세를 확장하기 위해 솔선할 일꾼이 필요하므로 애초부터 젊은층을 타깃으로 포교한다는 것이었다. 취미 활동 혹은 상담 프로그램으로 위장하여 마음의 빗장을 먼저 열고 교리는 그다음에 주입한다고도 했다. 이런 사전 정지(整地) 작업이 있다고는 해도 그다음 단계에 이윽고 접하게 될 그들의 교리는 정상적인 사유 능력의 소유자가 빠져들 법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를 근심하는 한편, 나는 그 청년들에 대해서도 며칠을 생각했다. 신앙 없는 문외한이지만 기독교는 이런 것이라고 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