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여름, 사회심리학자 무자퍼 셰리프는 오클라호마에 있는 보이스카우트 캠프에 심신이 건강한 소년 22명(평균 12세)을 초대했다. 그는 아이들이 도착하자마자 그들을 독수리팀과 방울뱀팀 중 한 팀에 ‘무작위로’ 배정했다. 첫 주에는 두 팀을 분리했고 각 팀 내에서 아이들이 협조하게끔 만들었다. 가령 각 팀원끼리 식사 준비를 하고 다이빙보드를 함께 만들게 했다. 그러자 팀 내부에 강한 응집력이 생겼다. 둘째 주엔 두 팀 간의 경쟁을 조장했다. 줄다리기, 축구, 야구 경기를 시키고 이긴 팀에만 상품을 줬다. 더 심한 경쟁도 시켰다. 파티장에 먼저 도착하는 팀에만 맛있는 음식을 주는 식이었는데, 셰리프는 독수리팀이 훨씬 일찍 도착할 수밖에 없게끔 일정을 짰다. 늦게 도착한 방울뱀팀 아이들은 볼품없는 음식..
지난달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확산 방지에 총력을 다해 대응하고 있다.이에 따라 전 국민이 코로나19에 관심을 집중하고, 관련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을 악용해 확진자 동선을 알려준다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을 사칭한 문자메시지를 보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등 코로나피싱 관련 범죄가 발생하고 있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마스크 무료로 받아가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배송 지연. 물품 확인’ 같은 메시지를 보내 개인정보를 빼 가거나 무통장 입금을 받는 경우도 적발됐다.지난 1월 말 공개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스팸신고 데이터 분석 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 관련 안내 및 공지를 사칭하여 다른 사이트로 유입시키는 스팸..
3월은 주주총회가 열리는 시즌이다. 주주총회에는 다양한 안건이 오르는데 그중 하나가 기업의 이사·감사를 선임하는 것이다. 안건을 통해 여러 후보자들을 보게 된다. 교수, 법조인, 퇴직관료의 지분이 가장 높지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 한 회사에 충성한 사람, 좋은 친구를 두어 자리를 얻는 사람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게 된다. 그중 한 사외이사 후보자의 모습은 코로나19 사태로 혼란한 우리 사회의 모습과 겹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 지면을 빌려 이 후보자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처음 이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국회의원까지 하셨기 때문이다. 선거가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온 것을 보니 불출마 대열에 참여하신 분이라 생각했다. 양심 있는 정치인이니 사외이사 후보..
‘말이 많거나 빠른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따발총’이 흔히 쓰인다. 하지만 따발총의 유래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다수의 사람은 이 총이 ‘따따따’ 하고 연속 발사할 수 있어 ‘따발총’으로 불리는 줄 안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6·25전쟁 때 북한군의 주무기였던 이 총을 보면 아랫부분에 마치 ‘똬리’(짐을 머리에 일 때 머리에 받치는 고리 모양의 물건) 같은 것이 달려 있다. 총알이 든 탄창이다. 그런데 북한 함경도에서는 ‘똬리’를 ‘따발’이라고 부른다. 바로 여기에서 ‘따발총’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도 따발총을 “탄창이 똬리 모양으로 둥글납작한 소련제 기관단총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풀이해 놓았다.한편 일상에서 ‘똬리’를 ‘또아리’로 쓰는 일도 많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 원정을 할 때다. 알렉산더와 페르시아왕 다리우스 3세는 가우가멜라 근처에서 일전을 앞두고 있었다. 알렉산더는 전쟁을 치르기 전날 포보스(Phobos)에게 제사를 지냈다. 포보스는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아들로 두려움의 신이다. 알렉산더는 포보스가 다리우스에게 공포를 심어줄 것을 기원했다. 이를 두고 알렉산더가 다리우스를 상대로 벌인 선전전이라는 말도 있다. 공포증을 말하는 포비아(phobia)는 그리스어 포보스에서 기원한다. 알렉산더의 제사가 통했는지 다리우스는 전쟁에서 패했고 페르시아도 멸망했다.공포에 휩싸이면 판단능력이 마비되기 때문에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위기의 순간에 닥치면 이것저것을 따지는 논리적 사고의 기능은 잠시 정지된..
바싹 마른 가뭄의 백운산 골짜기를 지나간다. 아직 겨울의 흔적이 흥건한 가운데 생강나무 꽃송이가 꿈틀거린다. 가벼운 봄 흥분을 이기지 못해 야호, 소리를 질렀다. 아뿔싸, 겨울 기운이 낭자한 곳에서의 메아리는 그만큼 날카롭다. 바위를 굴러 떨어뜨리는 작은 단초가 될 수도 있겠다. 우르르 쏟아지는 돌들. 이 와중에 누가 소리를 질렀느냐, 왜 고함을 쳐서 산봉우리의 심기를 건드렸느냐를 따지는 건 이 급박한 사태에서 해서는 안 될 짓이다. 그건 소리에 소리를 더해 바위를 더 부를 뿐이다. 나중 사태가 수습되고 난 뒤에 물어도 늦지 않다. 엎질러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얼른 골짜기를 빠져나가는 것보다 뭣이 더 중하단 말인가.물론 백운산을 오르는 동안 그런 일이 일어난 건 아니었다. 칠족령 고개를 넘..
‘기생’은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고 남에게 빌붙어 사는 삶이다. 공생처럼 보이지만 다른 생물의 양분을 빨아먹고 사는 얹혀살이 관계다. 우리는 남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사람에게 ‘기생충 같은 놈’ ‘빈대 붙지 말라’고 힐난한다. 자립할 의지도 생각도 없는 것이라면 어디든 기생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일 수 있다. 독자적인 노선도 정책도 없고, 선거 공약도 없이 다른 정당 것을 그대로 복사해서 활용하면 기생충과 다를 바 없다. 기생정당이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관계가 그렇다. 전자가 숙주요, 후자가 기생생물이다. 기생의 티는 강령과 당헌에 그대로 드러난다. 비례대표 의석 확보용으로 급조한 정당이라 강령은 대여섯 줄에 불과하고 당헌에는 목적 조항도 빠져 있다. 한 줄짜리 비전과 몇 줄의 강령으로는 당의 이념과..
코로나19 사태가 흩어져 있던 민심을 한곳으로 모으고 있다. 보통사람들은 언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가라는 질문에 마이클 최 미국 UCLA대학교 교수는 저서 에서 “시위대의 수가 충분해서 경찰이 구속하거나 억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만 참여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조정(coordination)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공유지식(shared knowledge)이 창출되는 사회적 과정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한다.“내가 안다는 사실을 상대가 알고, 상대가 안다는 사실은 내가 알고, 이 사실을 서로 아는 상태”가 공유지식이다. 공유지식의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공식행사, 집회, 미디어 이벤트 그리고 공공 의례(儀禮) 등이 있다. 네트워크가 강할수록 자신들만의 공유지식을 산출하는 능력이 높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