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의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확산에 큰 우려를 표명하며 인종차별 금지 법제화 등을 한국 정부에 거듭 권고했다. 한국의 인종차별 현실과 갈등이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동안 둔감하게 지나쳤던 국내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깨우친 계기였다. 이에 국가인권회가 2019년 4월부터 6개월간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19일 발표된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 사회 내 인종차별이 엄연한 현실로 입증됐다. 이주민 310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조사한 결과 68.4%가 한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7명꼴이다. 차별 사유로는 “한국어 능력”이 첫손에 꼽혔고, “한국인이 아니라서”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차별 유형은 다양하고 실태는 적나라하다. 언어적 ..
줄어드는 듯하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닷새 만에 다시 세 자릿수로 돌아섰다. 19일 감염자가 전날보다 152명 증가해 누적 확진자가 8565명이 됐다. 대구시가 진행 중인 요양병원 등 고위험 시설 전수조사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는 것이 증가세의 주요인이다. 요양병원은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층이 집단생활을 하는 곳인 데다 한번 감염이 시작되면 지역사회 확산으로 번지는 불씨가 될 수 있다. 방역당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취약시설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대구시가 사회복지시설과 요양병원 등 고위험 집단시설 397곳을 상대로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는 상당히 우려스럽다. 전날 한사랑요양병원 등 요양병원 5곳에서 87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더니 19일에도 요양병원 ..
한 사람을 두고 세 번째 글을 쓸 줄은 몰랐다. 그것도 4년 주기로. 2012년 2월 ‘권력을 좇는 자유인, 김종인’을 썼다. 대선주자 박근혜를 택해 새누리당 정강에 경제민주화 그림을 입힐 때였다. 2016년 1월 ‘김종인의 리턴매치’를 썼다. 국민의당이 떨어져나간 더불어민주당에서 당무와 선거를 이끌던 시절이다. 대선주자 문재인과 손잡은 선 굵은 월경이었다. 2020년 봄 그가 여의도를 향해 다시 움직였다. 미래통합당의 총선 선대위 ‘원톱’ 자리를 달라고 했다. 또 몰고올 바람과 구름이 있나 싶었다. 보수는 자중지란에 빠졌다. 황교안이 주도한 18일간의 영입드라마는 불발됐다. 그도 “도와줄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돌아섰다. 다시 한번 권력자 옆에서 펼쳐보려던 80세 노정객의 꿈과 길은 그렇게 끊겼다.또 ..
정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첫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1호 조치로 ‘50조원+α’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9개 패키지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집중 지원하고, 주식·채권시장을 안정시켜 기업의 경영난을 더는 것이 골자다. 중기·소상공인에게 자금을 제공해 위기상황을 견디게 하는 한편 실물위기가 금융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방화벽을 세우는 방식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절반이 매출 급감으로 도산위기에 내몰린 상황을 감안한 비상경제회의 1호 조치는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한다.정부가 중기·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5개 지원방안부터 내놓은 것은 옳은 선택이다. 긴급한 지원을 기다리는 취약계층 및 그 가족이 국민의 절반이 넘는다. 긴급 경영자금 12조여원을 연리 1...
요즘 난해한 학술용어 가운데 ‘유행어’를 하나 고르라면 단연 ‘확증편향’일 것이다. 학자들이나 조금씩 쓰던 것이 지금은 웬만한 정치분석 글은 물론 일반인들 입에서도 심심찮게 튀어나온다. 지난해 ‘조국 정국’에서 증폭된 뒤 ‘코로나19’와 4·15 총선 국면을 타고 폭발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보호구역을 벗어나 일상으로 침투한 이 말은 ‘정치적 의견의 양극화’와 동의어 정도로 변이되어 말 그대로 ‘창궐’ 중이다.흥미로운 건 ‘확증편향’이 또 다른 ‘확증편향’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점이다. 확증편향 속에 있는 이들은 마음속 그 바이러스를 좀체 알아채지 못한다. 오직 진영 건너편의 확증편향만을 본다. 그 점에서 ‘내로남불’과 불가분이다. 그 결과 가짜뉴스가 쉽게 맹신되고, ‘정치적 프레임’의 선동효과는 극..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를 사면서 내 용기를 내밀었다. 직원은 ‘이거 실화냐’는 얼굴로 반찬통에 케이크 담을 거냐고 확인한다. 넣기 편하라고 입구가 큰 용기로 준비했지만 진상 손님이 된 것 같다.플라스틱 프리 실천은 용기를 싸들고 다니는 노가다를 필두로 신속·민첩함까지 갖춰야 한다. 미리 체크카드를 꺼내 만발의 준비를 했건만 하필 잔액 부족으로 다른 카드라도 찾는 순간, 이미 비닐봉지에 젓가락과 냅킨과 플라스틱 숟가락이 담겨 나온다. 이 경우는 그나마 낫다. 마스크가 품절되는 속도로 재빠르게 일회용품을 거절하고 내 용기를 내밀면 쓰레기가 안 나온다. 나는 여행지에서도 밥을 해 먹는 편인데 유럽에선 늘 감탄한다. 마늘 1통, 양파 2개, 감자 3개 등 웬만한 채소와 과일을 죄다 낱개로 판다. 심지어 호박을 원..
내가 대학원생이던 2010년 즈음에, 학과의 남자 후배 몇이 도움을 얻으러 온 일이 있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에 무언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들에게 “괜찮으면 언제 술 한잔 같이해요”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나에게 “네 선배, 같이 커피 한 잔 마셔요”하고 답했다. 단호하고도 세련된 방식의 거절이었다. 나는 그들의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아, 내가 뭔가 실수를 했나, 대학원생이 학부생을 괜히 부담스럽게 했나’하고 몹시 외로워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나에게 “우리 커피 언제 마실까요?”하고 찾아왔다. 나중에 그들에게 물어보니 그들 역시 나와 친해지고 싶었다고 했다. 다만 1980년대생인 나와 1990년대생인 그들의 언어가 달랐던 것이다. 술과 커피, 이 알코올과..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을 시작으로 장애인거주시설, 요양원, 요양병원 등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연이어 발생했다. 그 이유로는 시설 거주자의 취약한 건강상태나 높은 밀집도가 거론된다. 과연 그럴까? 집단생활시설에서 생명 유린은 언제나 되풀이돼 왔고, 감염은 2020년 발생한 또 다른 유형의 참사일 뿐이다. 우리 사회는 노령이나 장애 그리고 돌볼 가족이 없어 사회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을 오래전부터 시설에 격리해 왔다. 그러나 시설은 학대, 착취, 성폭력, 운영비리 등 다채로운 오명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간 사육에 가까운 가혹행위로 수백명이 사망한 부산 형제복지원과 대구 희망원 그리고 화재로 집단 사망한 밀양과 장성의 요양병원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시설 거주가 선호되는 이유로, 흔히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