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7일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중·고교의 개학을 다시 2주간 연기했다. 1주 연기(2·23), 2주 추가 연기(3·2)에 이어 세 번째 연기 조치로 개학은 4월6일로 미뤄졌다. 학교의 5주 휴업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소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속에서 개학 연기는 학생의 안전을 위한 적절하고 불가피한 조치라 할 수 있다.학교의 장기 휴업으로 학사 일정의 조정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연기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교육법에 3주 이상 휴업 시 법정 수업일수를 10% 이내에서 줄일 수 있다고 규정한 만큼 학교에서는 행사 등 재량 휴업일수를 줄여 수업일수를 최대한 확보하면 된다. 또 1학기 기말·중간 고사를 치르는 방법이나 방학을 ..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드러난 이 시대의 진짜 문제는 신천지도 중국도 아닌 가난과 불평등이라는 통찰이 실로 설득력 있다. 당장의 재난을 타개하는 것뿐 아니라 위기 탓에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하게, 약자가 더 약하게 되지 않도록 하는 모든 방책이 모색·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재난’은 재난 상황 그 자체와 ‘재난 이후’로 이뤄진다. ‘재난 이후’의 과제는 어쩌면 더 힘겹고 크다. 이를테면 신천지 같은 종교-네트워크에 빠진 소외된 젊은이들을 이 사회가 보듬고 다시 사회화시킬 만한 역량이 있는지? 열악한 환경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노동자들과 늘 경제적으로 취약한 소상공업자들을 위한 인간적 작업환경과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는지? 이런 견지에서 사태의 와중에 (재난)기본소득과 공공의료에 대한 논의가 ..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몇 주째 실천하고 있다. 새로운 기억이 추가되지 않으니 예전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른다. ‘나란히’가 아니라 ‘마주 보고’ 밥을 먹었던 기억, 모임에서 함께 웃고 마셨던 기억, 함께 여행을 갔던 기억들을 꺼내어 추억 속을 산책하듯 거닐고 있다. 무언가를 기억한다는 건 잠시나마 그 시간을 다시 사는 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외할머니는 92세이고 치매를 앓고 계신다. 얼마 전에는 딸인 이모에게 “뉘신데 우리 어머니를 꼭 닮았냐”고 하셨고, 대청마루에 누워 있는 아기들을 돌봐야 한다는 얘기도 자꾸 하신다.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가장 크지만, 과거의 시간을 살고 계신 할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속상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외증조할머니를 뵌 적은..
미세먼지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한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비상저감조치 시행에 나서고 있다. 눈에 띄는 조치는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이다. 석탄화력발전은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의 최대 배출원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빠른 속도로 퇴출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의 대표적인 발전설비 제조 기업인 두산중공업은 변화를 거부한 것처럼 보인다. 두산중공업의 이러한 ‘오판’은 주주뿐 아니라 한국 국민에게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있다.두산중공업은 매출 하락이 시작된 2013년 이후 한 번도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했다. 발전설비 시장 트렌드가 달라지면서 수주잔액이 감소했고, 매출액은 지난 6년간 30.6% 감소했다. 지난 5년간 주가는 85% 하락했고, 신용등급은 A+..
“인구를 줄이려면 사망률을 높여야 하고, 그러려면 빈민에게 청결교육을 하지 말고, 그들이 사는 도시의 골목길을 좁게 만들고, 집집마다 사람들이 북적대게 해 전염병이 돌게 해야 한다.” 맬서스 목사가 에서 퍼부은 악담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선 그의 말을 뒤집으면 바로 질병관리본부의 대책이 된다. 청결을 유지하고, 사람이 북적대지 않게 하는 것, 곧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 된다. 한국인은 연고주의와 집단주의, 체면의식이 유난히 강해 전염병을 다스리는 데 아주 취약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이런 문화와 관습, 의식구조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국민의 삶을 옥죄는 전염병이 어쩌면 우리의 전근대적 삶을 성찰하고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다. 결혼문화: 한 동창생은 3월의 딸 ..
오는 4월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일이다. 4년간 국민을 대표하여 행정부와 사법부를 감시하고, 좋은 법률을 만드는 일꾼을 뽑는 날이다.오랜 기간 선거 수사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총선이 축제의 장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선거 전후 수많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국회의원에 당선되고도 수사와 재판을 받고, 급기야 자격이 상실되는 일도 허다하기 때문이다(2020년 1월 기준 제20대 국회의원직 상실자는 14명, 제17대 18명, 제18·19대는 각 21명에 이른다).이번 총선은 선거연령 하향,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예정 등 예측이 어려운 변수들이 많아 그 어느 때보다 법 위반을 둘러싼 다툼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 정부 중간평가 성격도 띠고 있..
선거제 개혁을 향한 기나긴 도정을 돌이켜보면 너무도 허망한 결말이다. 천신만고 끝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와 목표는 무너지고 증발했다. 연동형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30석의 ‘도둑질’을 노린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전용 위성정당 때문이다. 기득권 거대 정당에 불리한 선거제 개혁을 꼼수와 변칙의 ‘위성정당’ 협공으로 단숨에 무력화시켰다. ‘더티한 승리’ 혹은 ‘원칙 없는 패배’만을 택한 나쁜 정치다.선거제 개혁의 지향은 분명하다. 거대 정당의 과잉 대표성을 막고 정치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해 민의가 좀 더 온전히 반영하는 국회를 구성하자는 취지다. 선거제 개혁은 ‘노무현의 꿈’이었고, 고 노회찬 의원의 필생의 정치적 과제였다.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후퇴..
세계는 지금 두 개의 전염병과 싸우고 있다. ‘코로나19’와 ‘인포데믹(정보전염병)’이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마치 전염병처럼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말은 미국 전략분석기관인 인텔리브리지(Intellibridge)의 창립자인 데이비드 로스코프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으로 세계가 공포에 떨던 2003년 5월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사용했다. 인포데믹의 매개체는 인터넷과 미디어다. 때로는 권위자, 전문기관의 외피를 쓰고, 참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어 대중의 마음에 파고든다. 물리적 전염병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지만, 정보전염병은 지구 반대쪽까지 빛의 속도로 도달해 비이성적인 행동을 유발하고 사회·경제적인 파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