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은 모든 역량과 자원을 투입하는 총력전이 됐다. 의료진은 1일 8시간 3교대로 말 그대로 ‘갈리고’ 있고, 질병관리본부는 비장하게 전문가들과 함께 방역대책을 매일 갱신한다.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추적 관찰의 대상이 됐다.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방역조치가 숨을 고르는 사이, 콜센터와 요양원, 교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번지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지자체의 재난알림문자가 공포를 키운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지만, 사태를 진정시키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한국의 방역은 모범적인 상황에 있다. 치사율을 1.2% 내에서 통제하고 있고, 확진율도 3% 이내로 떨어지고 있다. 광범위한 검사 실시를 위해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까지 도입했다. 마스크 대란도 사라졌다..
‘거리로 나가자!’ 서울시 장애인 거주시설 연계사업으로 진행하는 탈시설 활동에 참여하는 거주인들과 만든 단톡방의 이름이다. 채팅과 사진으로 일상을 나누고 관계를 쌓던 공간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조용해졌다. 서로를 잊지 않기 위해, 전화나 문자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취업을 했던 일터에 나가진 못하지만, 시설 내에서 작업을 한단다. 시설 내부에 머무는 것은 정확하지만, 움직이는 공간과 활동은 정확하지 않다. 작년에도 워크숍이나 외부 일정을 잡을 때 거주시설 내 프로그램이란 이유로 비협조적이었던 시설 측과 탈시설 계획을 논의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당사자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삶의 동선은 더욱 좁아졌을 테지만, 마냥 멈춰 있지 않을 시간과 경험은 기록되어야 한다. 국가가 보호만을 대책으로 내놓..
학교 안 가서 마냥 좋다던 동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다. 학교를 안 간 지 3개월이 되어간다. 아침에 몰려오고 오후에 헤어지는 친구들, 넓은 운동장과 실내 체육관, 말끔하게 새로 꾸민 교실과 도서관, 맛있는 밥이 나오는 급식실과 리듬 있게 돌아가는 하루, 그리고 선생님이 살짝 그리운 모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키운다”고 했는데 지금 학교 환경은 매우 좋아졌고 평온해 보인다. 교육부 장관은 지난 6일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개학 추가 연기 기간 중에도 꼼꼼하고 촘촘하게 아이들을 챙기겠다고 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기까지 시간은 꽤 걸릴 것이다. 상황 변화로 갈팡질팡하지 않을 근본적인..
먼저 겪은 자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코로나19 사태에 어떻게 잘 지내고 있는지 외국에 사는 친구들 안부를 물었다. 부자 나라인 미국과 독일로 일찌감치 떠난 친구들은 난데없이 휴지와 파스타면 기근이라 했다. 생필품 사재기가 없는 나라에서 사는 일이 뿌듯해지기까지 했다. 그런데 나조차도 휴지를 직접 사본 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부피가 크다보니 주로 인터넷쇼핑으로 구매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없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안정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굳이 직접 장을 보러 가지 않아도 총알배송, 로켓배송, 새벽배송까지. 사람만 빼고 모든 것이 집 앞까지 배달 가능한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소비자들에게도 직접 사는 것보다는 택배로 시키는 것이 현명한 쇼핑이라 ..
올해 장관급 공무원 연봉은 1억3164만원, 차관 연봉은 1억2785만원이다. 장관급은 2011년, 차관급은 2012년에 억대 연봉 대열에 들어섰다. 대통령 연봉은 2015년 2억원을 넘었고 올해는 2억3091만원이다. 한국 고위 공무원들의 연봉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 USA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통령의 연봉은 20위권 밖에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를 보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장관 등 최고관리직 평균 연봉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83배로 분석 대상 28개국 중 21위에 해당됐다. 아이슬란드(2.60배)와 노르웨이(3.17배) 등이 더 아래에 있었다. 경제가 어렵고 생활이 힘들어질수록 시민들은 공무원들의 월급에 민감해진다. 임진·병자 양란 ..
닷새째 추위 지나 오늘은 날이 따뜻합니다하늘이 낯을 씻은 듯 파랗고나뭇잎이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소풍 나오려 합니다긴 소매 아우터를 빨아놓고 흰 티를 갈아입어 봅니다거울을 닦아야 지은 죄가 잘 보일까요?새 노래를 공으로 듣는 것도 죄라면 죄겠지요외롭다고 더러 백지에 써보았던 시간들이 쌓여돌무더기 위에 새똥이 마르고 있네요저리 깨끗한 새똥이라면 봉지에 싸 당신께 보내고 싶은 마음 굴뚝입니다적막을 끓여 솥밥을 지으면 숟가락에 봄 향내가 묻겠습니다조혼의 나무들이 아이들을 거느리고 소풍 나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오늘은 씀바귀나물의 식구가 늘어났습니다내 아무리 몸을 씻고 손을 닦아도 나무의 식사에는 초대받지 못했습니다밤이 되니 쌀알을 뿌린 듯 하늘이 희게 빛납니다아마도 당신이 보내주신 것이겠지요잘 닦아 때 묻..
지난 21일 9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신규 확진자가 다시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지난주 하루 평균 확진자는 100명 안팎이었다. 앞서 한 달 가까이 매일 수백명을 쏟아냈던 것에 비하면 확실한 둔화세다. 격리 해제자도 하루 200~300명씩 늘고 있다. 감염병 방역의 긍정적 신호들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확산이 멎은 게 아니라 확산세가 둔화됐을 뿐이다. 집단감염은 코로나19 방역의 최대 승부처다. 지난 21일 하루에만 대구의 요양병원 5곳에서 모두 1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경기 군포의 요양원에서는 누적 확진자가 6명으로 늘었다. 집단감염은 병원뿐 아니라 교회·사업장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대구·경북의 요양병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집단감염 사례는 더 나올 ..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범행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 여성들을 성적 대상물이나 유흥거리로만 취급한 반사회적, 반인간적 범죄에 누구라도 치가 떨릴 것이다. 주범뿐 아니라 이들이 유포한 성착취 불법촬영물을 시청·소지·유포하며 소비한 가담자들도 똑같이 엄벌해야 마땅하다는 분노도 들끓고 있다. 이런 악질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공급자·관리자 등 범죄집단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신상 공개 등을 포함해 최고 수위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텔레그램의 해당 대화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원한다는 청원에 100만명 이상이 찬성했다. 당연한 요구라고 본다.‘박사방’ 운영자 ‘박사’로 불린 20대 남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