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관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법관 7명을 재판 업무에 복귀시켰다. 다른 재판에 개입해 재판 독립을 훼손한 혐의를 받은 판사들에게 시민들이 재판을 받고 싶어 할까. 7명과 다른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이 어떤 업무를 맡는지 궁금해졌다. 지난 4일 취재 대상 법관들이 소속된 5개 법원에 사무분담표(법관 배치표)를 요청했다. 사무분담이란 판사들을 형사·민사·영장전담 등 분야별 재판부에 배치하는 일이다.“제공이 어렵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5곳 중 대구지법·수원지법 등은 법관 배치표를 끝내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전례가 없다” “민감한 정보가 들었다” 같은 여러 이유를 댔다. 법관 배치표는 대단한 정보가 아니다. 재판부명과 판사 직위, 이름만 적는다. 중앙정부나..
전국의 초·중·고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제히 개학 연기에 들어간 가운데 학원과 PC방·노래방에서의 학생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의 한 어학원에서는 5일 현재 고교 수강생 2명을 비롯해 학원 원장·강사, 학부모 등 5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부산 동래구에 사는 16세 남성은 동네 PC방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확진자가 됐다. 경남 창녕의 한 동전노래방에서는 여고생 등 6명이 집단감염됐다. 방역 사각지대가 된 학원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단감염 차단 대책이 시급해졌다. 정부는 지난 2일 유치원 및 초·중·고의 개학 3주 연기 방침을 발표하면서 학원의 휴원을 권고했다. 또 학부모들에게는 자녀의 학원 등원을 중단하고 PC방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삼가도록 지도할 것을 요청했다. 그..
정부가 5일 마스크 구매를 주당 1인2장으로 제한하고 사람들의 출생연도에 따라 월~금요일로 구매 날짜를 분리하는 5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마스크와 핵심 원자재인 필터 부직포의 수출을 금지하고, 판매 최고가도 정부가 지시한다. 마스크가 사실상 ‘배급제’ 물품이 된 것이다. 정부의 고강도 조치는 지난달 26일 하루 생산된 마스크의 50%를 ‘공적물량’으로 유통시킨 뒤 9일 만에 나왔다. 그 수준으로는 수급불균형이 해소되지 않고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려고 계속 장사진을 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사이 대통령과 총리, 여당 대표가 사나워진 ‘마스크 민심’ 앞에 고개를 숙였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이번 수급 대책은 정부가 빼들 수 있는 수단과 자원을 거의 최대치까지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왜 더 일찍 이렇게 대..
친구의 친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외국에 사는 친구인데 가족 행사가 있어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감염이 됐다. 친구가 걱정된다며 보내준 링크에는 차분히 적은 병상일지가 있었다. 평소 건강했는데 가벼운 인후통과 마른기침을 느끼자마자 자가격리를 하고 바로 전화해 검사를 받는 등 조심스럽고 책임감 있게 대응한 점이 인상적이었다.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지의 일부를 칼럼에 쓰고 싶어 연락을 했다. 정중한 사양의 답을 들었다. 감사와 희망이 담긴 글이었고 나 역시 일상의 소중함을 적은 부분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 인용하고 싶었는데 거절의 의사가 단호했다. 응원의 메시지도 많았지만 글을 올린 후 온갖 비방을 들었다고 했다. 글을 왜 올렸느냐, 신천지냐, 탄핵에 찬성하느냐, 중국 거쳐 왔느냐…..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비례당(또는 연합) 창당 논의로 분분하다. 30석이라는 의석수를 맥없이 놓칠 수 없다는 민주당의 현실적 고민은 이해한다. 비례연합을 추진하는 인사들의 충정도 보인다. 하지만 선거구제 개혁을 열망해온 한 시민으로서 그 구상에 동의하기 어렵다. ‘꼼수 위성 정당’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싹쓸이를 막아달라는 뜻이지만 결과적으로 선거구제 개혁을 퇴색시키기 때문이다. 비례연합 논의가 나오는 것은 민주당이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선거구제 개편 협상 과정에서 비례대표제의 허점을 간과했다. 선거구제를 개혁하기보다 다른 당과 타협하겠다는 취지가 더 컸던 탓이다. 정의당도 비례제의 당위성만 주장할 뿐 그 필요성을 유권자에게 이해시키는 데 소홀했다. 연동형 비례제의 취지를 흔드는 미..
‘코로나19와 반려동물.’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자주 묻는 질문(FAQ)’ 코너에 있는 항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생겼다. 두 기구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특정 감염병이 대유행할 때마다 관련 코너를 만든다. 이번 코너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공포 속에서 ‘반려동물도 코로나19에 걸릴까’라는 우려에 대한 두 기구의 답변이다. 지난달 28일 이전까지만 해도 반려인들은 이 답변을 보면서 불안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홍콩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반려견에서 ‘약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보도로 다시 불안감에 빠져들었다. ‘만약 그 반려견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공식 확인된다면 사람에서 동물로 전파되는 게 아닌가...
대구에 사는 외가 쪽 친척 한 분이 돌아가셨다. 잔잔한 미소와 사투리가 섞인 다정한 음성이 지금도 느껴지는 것만 같은데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는 왕래도 소식도 잘 나누질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후 안부 전화를 드렸다가 뜻밖의 부고를 접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은 아니셨다. 상주는 코로나19로 더 정신이 없어 장례를 치른 후에라도 연락한다는 것이 하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스크를 구하러 나가던 참이라고 했다. 바빠하는 그에게 계좌번호를 문자로 보내주면 좋겠다고 하고선 나 역시 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곳의 경황없음과 고통이 그대로 전해졌다.코로나19로 상황이 심각해지지 않았다면 안부 인사는 더 늦어졌을지 모른다. 부고도 더 한참 후에나 알게 됐을 것이다. 다정했던 친척분의 부..
‘니네베’는 고대 아시리아 제국의 수도였다. 가로지르는 데만 사흘이 걸렸다니, 굉장한 번영을 구가하던 대도시였나 보다(). 여기에 ‘요나’라는 예언자가 나타나 니네베의 멸망을 선포한다. “사십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 니네베가 하느님께 죄를 지었기 때문이란다. 성경에서 하느님은 언제나 사회의 약자, ‘과부와 고아와 떠돌이’의 하느님이며, 하느님께 대한 죄는 이들의 억압과 착취로 나타난다. 니네베의 번영은 이들 약자의 피땀으로 이뤄졌고, 이들의 울부짖음이 하느님께 닿았나보다. 이 하느님은 이집트의 압제와 수탈에 허덕이던 히브리인들의 울부짖음을 듣고 이들을 해방하려 이집트를 쳤었다().요나의 경고는 니네베에 들이닥칠 대재앙의 전조로 들렸다. 니네베 사람들은 단식을 선포했고, 임금에서 짐승까지 모두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