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칼럼]하산길, 시간은 대통령 편이 아니다
“모든 악업은 내가 지고 갑니다. 주상은 성군이 되세요.” 상왕으로 물러난 지 4년째, 태종 이방원이 생의 마지막 힘을 모아 기우제를 지내다 아들 세종에게 한 말이다. 태종은 “무엇 때문에 흘린 피였습니까. 죄는 저를 탓하시고 비를…”이라며 울부짖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형제들, 공신들, 처남들, 세종의 외척까지 쳐내려간 피바람을 그는 왕권 정지작업이라 했다.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사극 마지막 회를 찾아본 것은 3년 전 이맘때 타오른 촛불이 생각나서다. 태종의 눈물과 그 겨울의 촛불은 공명(共鳴)했다. 벽을 싹 걷어주고 새 역사를 열어준 마중물이었다.‘촛불대통령’이라 불렸다. 취임 첫달 국정지지율이 81%. 세대·지역·남녀·계층을 불문했다. 그해 6·10 기념식에서 지선 스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
정치 칼럼
2019. 11. 1.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