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이 인공지능(AI)과 ‘치수 고치기’ 대국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는 뉴스가 떴다. 알파고와의 승부 끝에 신의 한 수를 선보이며 승리를 거두었고 그 결과 인류가 기계에 거둔 마지막 승리라는 화려한 수식어구가 나타난 것도 벌써 3년이 흘렀다. 이세돌이라는 이름엔 그보다 많은 서사가 있었을 터다. 인터뷰를 보면 일본으로 넘어가 프로기사 생활을 했을 경우 연 10억원 이상을 벌었겠으나 그 모든 걸 고사하고 한국에 남았다고 한다. 돈이 그 사람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겠으나 알파고와의 승부, AI와 인류의 대결 등으로 프레이밍되는 세계에서 마지막 은퇴까지 AI와 엮일 수밖에 없는 그의 말년의 정취는 쓸쓸하기만 하다.알파고라는 기술은 기계학습이라는 형태로 눈앞에 도래한 SF다. 미래의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세상에 100보다 더 큰 수는 없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이 기억난다. 주변을 둘러봐도 100보다 더 많은 수가 모여 있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에서 덧셈을 배우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100에 100을 더하면 더 큰 수인 200이 된다. 아주 큰 수에 아주 큰 수를 더하면 아주 더 큰 수를 얻는다. 그럼, 세상에 가장 큰 수가 있을까? 가장 큰 수는 없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보일 수 있다. 누가 A가 가장 큰 수라고 주장하면 A+1은 A보다 더 크다고 얘기해주면 된다. A가 얼마여도 우리는 항상 A보다 더 큰 수를 생각해낼 수 있다. 가장 큰 수를 종이에 적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큰 수를 향해 갈 수는 있다. 1에서 시작해 점점 1씩 더해 나가면 우리는 무한(無限)을 향해 나아간..
나는 호주 시골구석 ‘울루루’를 거쳐 ‘카타추타’에 왔다. 공부는 실수를 낳지만 찍기는 기적을 낳지. 찍기 식으로 길을 찾으면 백발백중 제대로다. 신기를 받아야 해. 바람이 나를 데리고 왔다는 말도 틀린 말 아니렷다. 카타추타란 여기 원주민 애버리지니 말로 ‘많은 머리들’이란 뜻. 산봉우리가 우쑥부쑥 여러 사람 머리처럼 솟구쳤다. 바람의 계곡에 서니 정말 바람이 설설 불었다. 창문을 뜻하는 윈도(Window)는 바람의 눈이라는 뜻. 바람(Wind)의 눈(Eye)이란 북유럽어 ‘빈드르(Vindr)’와 ‘아우가(Auga)’, 이 두 단어가 합쳐진 말. 노르웨이 목수들이 통나무집을 지을 때 환기를 위해 지붕에다가 구멍을 뚫었단다. 바람이 불면 그 구멍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어. 이 구멍을 가리켜 ‘바람의 눈’ ..
교사가 학생에게 특정 정치사상을 주입하려 했다는 한 학생의 주장으로 시작된 인헌고 사태가 “정치 편향 교육은 없었다”는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장학 결과에도 불구하고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급기야 해당 주장을 처음 제기한 학생은 시교육청 앞에서 삭발식을 열며 “정치공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사퇴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 보수단체는 직무유기 등을 주장하며 조 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했다.인헌고 사태를 들여다보면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번째는 학교 내에서 발생한 사건임에도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외부의 ‘세력’이 있다는 점, 두번째는 그 세력이 ‘극우·보수’라는 점이다.학생이 옳은 말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지지를 하든 지원을 하든 자유다. 문제는 그 ‘의도’다. 인헌고 사태는 현재 ‘전교조 해체’ ‘정권 퇴..
지난해 12월5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2019년 예산안에 합의했다. 법정처리시한은 12월2일이었다. 법정시한을 넘긴 것은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각 당의 입장이 달랐기 때문이다. 각 당이 첨예하게 충돌하면서 예산안 심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2019년 예산안 470조5000억원의 운명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소위원회(소소위)로 넘어갔다. 예결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소소위로 넘긴 것이다. 소소위에는 여야 간사와 기획재정부 관계자만 참석한다. 국회법에도 없는 비공식기구다. 언론 취재도 봉쇄되고 속기록에도 남지 않는다. ‘깜깜이 심사’로 질타를 받지만 시간에 쫓기면 가동한다. 막판 몰아치기는 졸속·날림 심사로 귀결된다.졸속 심사를 부추기는 것은 국회 각 상임위에서..
서울고법 행정7부는 4일 다국적 통신업체인 퀄컴 3개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퀄컴이 독점적 특허권을 앞세워 경쟁사 및 휴대전화 제조사에 부당한 거래를 강요한 것에 대해 공정위가 거액의 과징금 등을 부과한 조치가 대부분 적법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통신시장에서 ‘특허권 갑질’을 행사해온 퀄컴의 책임을 엄하게 묻는 것은 당연하다.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1조311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동통신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 정상적 경쟁을 방해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퀄컴은 “공정위 처분은 계약체결의 자유와 기업활동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퀄컴은 모뎀칩셋 제조·판매사다. 모뎀칩셋은 음성·데이터 정..
‘좌파교육감 타령’이 또다시 나왔다. 이른바 좌파교육감(보수층이 진보성향 교육감들을 지칭) 때문에 학생들의 학력이 계속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일부 언론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년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결과 한국의 순위가 읽기, 수학,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2006년까지 좋았던 성적이 2009년부터 추락했다며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좌파성향 교육감들이 성적평가를 없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보수언론들은 ‘2018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고교생의 과목별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대폭 늘었다며 일제히 좌파교육감들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좌파교육감의 잃어버린 10년론’이다.보수세력이 지칭하는 ‘좌파교육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