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언론은 황교안 대표의 단식 이후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반등했다고 보도했으나, 사실은 그 직전에 잠깐 빠졌던 2~3%포인트를 다시 회복했을 뿐이다. 6개월 전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5월 말에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2%였는데 며칠 전인 11월 말 지지율은 23%로 6개월 동안 딱 1%포인트 올랐을 뿐이다(이하 갤럽 자료 기준). 중간에 많이 올랐다가 떨어진 것도 아니다. 소위 ‘조국사태’가 정점으로 달려가던 10월 중순에 27%를 찍은 것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이었다. 자유한국당에 가장 유리한 판국에서도 민주당 지지층 2~3%를 빼앗아 오는 것에 그쳤고, 이들은 한 달 만에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갔다.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왜 오르지 않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두 가지 요인의 결합이 가장 중..
오전 5시.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킨다. 아이의 아침, 도시락, 준비물 등을 챙겨야 한다. 쉽게 이부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여 깨우고 먹이고 학교에 보내고 난 뒤 밀린 집안일을 부리나케 끝내고 9시 즈음 집을 나선다. 도서관까지 걸으며 다음주 그림책축제 참석자 섭외, 도서관 업무협의, 아이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등으로 통화를 멈출 새가 없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도서관 운영회의를 해야 한다.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보조금사업의 정산과 다음달부터 3개월간 진행할 3기 교육프로그램의 기획안 작성이 급하다. 3개월 뒤에 도서관 임대계약을 갱신해야 하는데 보증금과 월세가 많이 오를 것 같아서 걱정이다. 운영회의가 끝난 뒤 곧바로 그림책축제 진행과 관련된 점검회의를 연다. 2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직속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했던 검찰수사관 ㄱ씨가 숨졌다. ㄱ씨는 지난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가족·측근에 대한 경찰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를 밝혀줄 참고인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가 비리첩보 작성에 간여하고, 경찰수사과정에 개입했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그런 그가 검찰 출석 3시간을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대상자가 수사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불행한 사태가 또 벌어진 것이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ㄱ씨 죽음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숨지기 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가족에 대한 배려를 바란다”는 메모를 남긴 것을 두고, “검찰이 별건수사로 압박하자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도 “..
도시공원일몰제에 따라 내년 7월부터 해제되는 도시공원에 대한 중앙정부의 용지매입 예산 지원방안이 무산되면서 전국의 수많은 도시공원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도시공원일몰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땅 소유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일몰이 필요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일몰이 확정되기 전 자치단체가 매입해 보존하는 것이 순리지만 재정상태가 열악한 자치단체가 적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중앙정부가 선별적으로 국고를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련 법개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선별적 국고지원 방안이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제외됐다. 사유지가 아닌 국공유..
서울시교육청이 서울과학고(영재고)의 의대 진학 과열 양상을 막기 위한 개선책을 내놨다. 내년 신입생부터 의대에 진학할 경우 장학금과 교육비 등을 환수 조치하고 교내대회에서 받은 상을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이공계 인재를 양성한다는 학교 설립 취지와는 달리 해마다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학생이 4~5명에 1명꼴로, ‘의대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비판을 받자 내놓은 대책이다. 국비로 지원하는 학교인 만큼 최소한의 책무성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실효성을 담보할 후속 방안 등을 통해 의대 쏠림·과열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일 서울과학고의 ‘의학계열 진학 억제방안’에 따르면, 학교는 의학계열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에게는 일반고 학생보다 더 많이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비를 환수 조치하기로 했다...
2002년부터 음력 9월9일인 중양절을 시작으로 99일 동안 글을 읽고 일기를 쓴다. 올해는 10월7일부터 시작했으니 오늘이면 절반이 조금 넘은 58일째가 된다. 결국 책을 읽는 일이지만 굳이 글을 읽는다고 한 까닭은 해마다 서로 다른 주제를 정해 놓고 그 주제에 맞는 글을 찾아 읽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만 대여섯 해가 지날 무렵부터 주제를 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한 권의 책만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을뿐더러 책 한 권을 다 읽는 경우도 지금까지 없었다. 이 책 저 책을 뒤적여서 그해에 정해 놓은 주제에 맞는 글을 찾아 읽어야 하므로 알맞은 글을 찾는 일이 글을 읽는 일보다 더 어렵기도 하다. 글은 대부분 고려나 조선의 사대부나 승려들이 남긴 문집에 실린 것들이다. 당연히 한자와 씨름..
“대학(大學)의 도는 밝은 덕을 밝히고 백성을 가까이하며 지극한 선(善)에 이르는 데에 있다.” 유교에서 ‘대학’은 문자 그대로 큰 학문, 즉 천하를 다스리는 학문으로서 치자(治者)의 학이었다. 미래의 치자인 귀족 자제들을 모아 가르치는 교육기관의 역사는 매우 길다. 우리의 경우 고구려 때 ‘치자의 학’을 가르친 기관의 이름도 태학(太學)이었다. 하지만 고구려의 태학이나 신라의 국학 등에서 현대 대학이 기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대의 대학(university) 제도는 12세기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결성된 ‘학자들의 동업조합’에서 기원한다.학문은 인간이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이 속한 세계의 총체 및 그 구성 요소들의 본질과 운동 원리를 이해하며, 자신과 세계 사이의 관계를 끊임없이 재설정하는 실천 활동이..
지난 토요일 ‘페미니즘, 군대를 말하다’라는 포럼에 다녀왔다. 성평등에 대한 논의가 걸핏하면 “여자도 군대 가라”로 귀결되는 시대에 페미니즘이 병역과 군사주의의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를 논하는 자리였다. 이때 군사주의란 군대의 존재 및 군대에 힘을 부여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지배이념이자, 위계질서와 복종, 무력의 사용이 효율적이라는 신념을 통해 사회 운영 원리를 군사화하려는 관습적 사고방식이다. 한국 사회 곳곳에 팽배한 군대문화는 군사주의에 경도된 군사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그곳에서 (2015)를 시작으로 (2017), (2018), (2019), 그리고 (2019)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간 여성영웅의 형상을 탐구해 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모아놓고 보니 ‘여성영웅’이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