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지난 17일 시작됐지만, 정작 선거제도는 확정되지 못하고 표류 상태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가 막판 제 잇속 챙기기에 침몰해 선거법 단일안 도출에 실패한 탓이다.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한 선거법 줄다리기 때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의 연내 처리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더욱이 협상과 대화 테이블은 팽개친 채 연일 국회 본청 앞에서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실랑이 끝에 ‘3+1’(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어렵게 마련한 연동형 비례제의 상한을 한시적으로 설정하는 대신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방안은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하면서 협상이 난관에 봉착했다. 석패율제에 대해 ‘당대표 구제용’..
연말에는 어쩐지 조금씩 푸근해진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을 약 4조7000억원에 인수하면서 한국·독일 회사가 아시아 음식배달 시장 평정에 나선다니 기뻤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숙제를 마쳐서 그런지 하마터면 성스러워질 뻔했다.파타야 코란섬 바위틈마다 폐비닐이 쌓이면서 섬 한가운데엔 5만t의 쓰레기 산이 생겼다. 인도양·남태평양 섬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통에서 못 빠져 나온 소라게 57만마리가 폐사했다. 스코틀랜드 해안에 쓸려온 죽은 고래 배 속에서는 밧줄·그물·플라스틱 컵·장갑이 100㎏ 넘게 나왔다. 태국의 야생 사슴 배 속에서 나온 쓰레기들은 플라스틱만 7㎏에 달한다. 겨우 지난 한 달간 일어난 일들이다. 남의 나라만의 이야기일까. 작년 7월 쓰레기 대란으로 불법 수출된 한국산 쓰레..
내 경우는 ‘도시이민 1.5세대’라 할 수 있겠다.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에 일터를 잡은 부모님들은 ‘이민 첫 세대’다. 한 번도 제대로 농촌의 삶을 산 적은 없다. 도시에서 태어났고, 고교까지 학창 시절도 그곳에서 보냈다. 서울에선 모두 “시골” 취급받는 대구지만. 그럼에도 ‘2세대’가 아닌 것은 ‘기억 유전자’ 한쪽에 또렷한 그곳의 감각들 때문이다.부모님을 따라 봄이면 감자를 캐고 모를 심고, 가을이면 나락을 베고 털던 기억들. 그럴 때면 온몸은 흙투성이가 되거나 나락 쭉정이로 까끌까끌했다. 닭을 잡겠다고 키를 나무막대기로 받쳐놓고 눈이 빠져라 기다리기도 했다. 상점이 흔치 않던 시절이라 시골본가가 ‘구판장’을 할 차례라도 되면 과자 먹을 생각에 갈 날을 꼽기도 했다.그에 비하면 그런 감성이 ‘1도’ ..
“방해만 하지 마.”그는 넥타이를 고쳐 매며 진만에게 말했다. 40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작은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 짧은 헤어스타일에 갈색 구두를 신은 남자였다. 그는 약속시간보다 15분 늦게 아파트 정문 입구에 도착했지만, 거기에 대해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진만을 한번 슬쩍 훑어보곤 인사 대신 방해 운운, 말부터 꺼낸 것이었다. 진만은 기분이 나빴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은커녕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를 했다. 어쨌든 그는 직장 선배였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말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는 마치 여러 번 같은 집을 찾아왔던 집달리처럼 가장 가까운 아파트 동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이들이 모두 학교나 유치원에 간 오전 9시15분, 혁신도시 내 신규 입주 아파트 단지는 한가롭고 평화로워..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됐고, 19일 첫 심리를 가졌다. 2016년 2월5일 대법원에 사건 접수 후 3년10개월 만이다.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은 대표적인 사법농단 사건이다. 양승태 대법원과 박근혜 청와대의 사법거래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에 대한 국내외의 문제제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 이르기까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기관, 노동법학계가 한목소리로 법외노조 통보처분과 그 근거였던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의 위법성을 확인하고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은 위법하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