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진상이야 알 수 없다. 쏟아지는 언론보도를 좇는 것도 힘들다. 싸움은 여러 전선에서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복잡하지만 양상은 대개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부산시 경제부시장 유재수가 뇌물을 받는 등 범죄 혐의가 짙은데도 그에 대한 감찰이 청와대에 의해 중단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한 축은 청와대로부터 관련 첩보를 받은 경찰이 무리한 수사 끝에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를 낙선시켰다는 것이다. 다들 아는 것처럼 의혹의 핵심은 모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하고 있다. 이건 물론 검찰이 짜놓은 판이다.공방이 오가는 중에 청와대에 파견 나와 일했던 검찰 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무거운 부담을 느낀 탓이겠지만, 그 실체가 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죄송하고 가족을 잘 ..
2019년 미세먼지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미세먼지의 국내외 기여도, 배출량, 건강피해 등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과 영향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문은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하고, 정부 정책의 추동력을 약화시킨다. 결국 문제에 대한 진단이 더 정확해져야 한다.미세먼지의 복잡성은 배출과 농도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특히 최근 불거진 초미세먼지나 오존오염 문제는 과거처럼 배출정보만 알아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들은 주로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거쳐 2차적으로 생성된다. 배출-농도 사이에 화학이 들어가면 둘의 관계가 매우 복잡해진다. 배출과 농도는 비선형관계가 된다. 배출을 줄여도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야 농도 개선 효과가 두드러지게 드러날 수 있다. 또한 배출 지역이 아닌 멀리 떨어진 곳..
지난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현장의 교사, 교육전문가, 개별 대학, 교육시민단체 등이 새 대입정책에 대해 상이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교사, 학부모, 학생, 대학과 사교육 시장까지 제각기 적응 방법을 놓고 주판알을 튀기지 않을 수 없다.솔직히 실망이 커서 이 논란에 말을 보태기 싫다. 그러나 자라나는 미래 세대의 삶이 걸린 문제일뿐더러 현 정부의 국민적 지지를 갉아먹을 중대사인지라 몇 가지를 짚어 보자.첫째, 새 대입정책은 명백히 졸속한 정책 전환이었다. 상당한 갈등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작년 여름에 2022학년도 대입제도를 확정했는데, 예상하지 못한 정치적 변수 탓에 느닷없는 변화를 교육현장에 강요한 셈이다. 더구나 대통령의 개인적 소신과 의지가..
문재인 대통령은 5일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의 추미애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조국 전 장관이 물러난 지 52일 만이다. 개혁 성향으로 강단을 인정받고, 정치적 중량감을 갖춘 추 의원의 법무장관 기용은 무엇보다 검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더욱 강도 높은 드라이브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뜻을 ‘추미애 카드’로 확인시킨 셈이다. 청와대가 인사 배경으로 “추 내정자가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일 터이다.문 대통령은 ‘조국 이후’ 검찰개혁 동력 저하를 우려해 법무부로부터 개혁 방안을 직접 보고받고 챙겨왔다. 앞으로는 추 내정자를 통해 권력기관 개혁 작업을 마무리할 것..
여권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연일 비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택적 수사’ ‘정치개입’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청와대도 검찰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이 위원회는 5일 “존재하지도 않는 선거개입이라는 허깨비만 들고 온갖 무리수를 동원한다” “검찰이 청와대 표적수사로 검찰개혁 법안 논의를 좌초시키려 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도가 지나치다. 위원회는 대검 차장검사와 경찰청 차장을 불러 ‘울산 사건’ 등에 대한 사실을 파악해보겠다고 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수사기관 책임자에게 브리핑을 듣겠다는 것이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청와대와 여당..
청년에게 진보는 아재요, 보수는 노땅이다. 둘 다 청년을 가르치려 드는데 ‘진보아재’의 설교는 거짓 위선으로 비치고 ‘보수노땅’의 훈시는 아예 헛소리로 들린다. 진보아재가 잘하는 거라곤 뒤늦게 헛웃음 나오게 하는 말장난 개그뿐이요, 보수노땅이 내세울 거라곤 남들 다 먹는 나이밖에 없다. 진보아재는 정치민주화한답시고 일상의 악습에 젖어들었고, 보수노땅은 경제성장한답시고 인간의 염치를 놓아버렸다. 자기들은 다르다고 항변하는데 서로 욕하고 싸우면서 닮아갔다. 작은 일상도 도덕으로 재단하는 진보아재가 큰 염치를 잃어가니 분노가 치밀고, 대놓고 아랫사람 깔아뭉개는 염치없는 보수노땅이 일상의 악습을 바꾸자고 하니 꼴불견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현실 권력을 두고 다투는데 마치 누가 먼저 소멸하나 내기하는 것 같다.진보..
지금이야 흔히 쓰는 말이지만, ‘청년’은 1910년대 조선에서 ‘힙한’ 단어였다. 1903년 서울에 ‘황성기독청년회’라는 이름으로 YMCA가 탄생한 이후 들불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후에 한국기독교청년회로 명칭이 바뀐 YMCA 운동의 산증인인 고 전택부 전 서울 YMCA 명예총무는 “당시 한국에는 소년이나 장년이란 말은 있었으나 청년이란 말은 없었다. 월남 이상재 선생도 새 개념인 청년이란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YMCA가 ‘청년’을 발견하고 발전시키자 마치 기름에 불붙듯이 사회에 큰 물의가 일어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 ‘소년’이 1900년대의 어휘였다면 1910년 이후의 유행어는 ‘청년’이었다고 평한다. 1920년에서 1921년 새에만 1300개 이상의 청년회가 생겨났다고 한..
퇴근길 지하철 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들면 좋겠지만 요즘은 자꾸 휴대폰으로 유튜브 채널을 보게 된다. 잠깐 본다는 것이 30~40분은 정말 후딱 간다. 그런데 옆사람이 보면 어쩌나 가끔 민망해질 때가 있다. 첫 화면에서부터 ‘저탄고지의 진실’ ‘중년 뱃살’ ‘엽떡 매운맛 먹방’ ‘심쿵주의 아기시바견’ 등이 줄줄이 추천돼 뜨기 때문이다. ‘친절한 알고리즘씨’가 내가 지난 시간 즐겨 봤던 것을 근거로 비슷한 내용의 콘텐츠만을 골라 보여주는 것이다.유튜브 채널뿐 아니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는 “소비자가 10대 소녀이든, 70대 할머니이든 상관없이 그들의 취향을 타기팅해 맞춤형 콘텐츠를 완벽하게 추천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나의 취향에서 벗어나 색다른 콘텐츠를 보려면 그만큼 의식적인 노력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