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인플레이션 지긋지긋해서 문 정권을 지지했었는데, 싹 이번에 다 물러나야 돼. 여당이나 가릴 것 없이 싹 물러나야 돼. 바닥이 다 드러났어. 용서할 수가 없어요.”강렬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즈음해 마련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방송된 한 시민의 울분에 찬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바라보는 서민들의 분노가 이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이제 좌절로 향하고 있는 건 아닐까.한국감정원 발표를 보면, 지난달 서울 집값은 전달보다 0.5% 올라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정부 규제책에도 끄덕하지 않고 있다. 전셋값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
인터넷 블로그에서 1970년대 개롱리를 추억하는 글을 봤다. 개롱리는 지금의 서울 송파구 오금동과 거여동에 걸쳐 있던 마을이라는 것도 그 글을 보고 처음 알았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그의 글에는 지금으로선 도무지 상상하기 어려운 송파구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여름이면 개울에 가서 물장구를 치고, 양버들 나무를 잘라 긴 칼을 만들어 놀고, 만화방에서 텔레비전 만화영화 를 보느라 어둑어둑한 저수지 둑길을 혼자 걸어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는 그의 기억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시작하는 옛이야기처럼 까마득했다.그런데 10여년 전에도 서울 양재동 개울에서 놀았다는 한 아이의 기억은 놀라웠다. 예닐곱 살에 다세대주택이 빼곡한 양재동의 한 동네에서 살았다는 아이는 여름에 동네 친구들과 개울에서 온종일 놀았..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천혜의 해양 자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바다가 오염되면 수산업 등 해양 관련 산업과 국민 생활에 피해가 발생하고 피해 복구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도 막대하다. 기름 유출사고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58건이 발생해 645㎘의 기름이 바다에 흘러나왔다. 해양쓰레기 피해도 연간 수산업 매출의 10% 정도인 3800억원에 이른다. 플라스틱이 부서져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심각하다. 먹이사슬에 의해 인체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해양오염은 해양환경에 대한 인식 부족과 부주의로 주로 발생한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중요하고, 체계적인 해양환경교육도 필요하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오염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 법정교육을 추진하고자 2010년..
“군자는 자신이 처한 위치에 맞추어 행할 뿐 그 밖의 것은 바라지 않는다.” 사서삼경에 빠져 살았던 옛사람들은 과연 의 이 구절을 금과옥조로 삼아서 욕심 없는 삶을 살았을까? 부귀든 빈천이든 어떤 환경에 처하든지 흔들림 없이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군자를 이상적 인간형으로 여겨왔다는 사실 자체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늘 남과 비교하며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한 채 남 탓, 하늘 탓을 일삼는 것이, 예나 이제나 보통 사람들의 삶이다.18세기 문인 조귀명은 평생 병석에 누워 있는 날이 많았다. 종일 서재에서 책만 읽곤 하던 그에게, 가끔 방문을 열면 내려다보이는 뜨락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세계였다. 작은 뜨락이지만 쏟아지는 달빛을 듬뿍 받아 안기에는 충분하다...
고래고기는 한국인이 먹은 지 오래됐다. 선사시대 울산 반구대암각화에 고래 무리가 그려져 있고, 경상도에선 제사상에도 올랐다. 지금은 울산(장생포)과 포항(구룡포)의 명물이다. 수육·육회·구이·전·탕으로 먹는 고래고기는 지방이 많은 꼬리 살이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대체로 혀에 남는 맛은 쫄깃함, 느끼함, 고소함이다.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밍크고래는 소매가 8000만원, ㎏당 15만원선에 팔린다. 멸종위기에 처한 고래는 1986년 세계적으로 포획을 금지했다. 한국에서도 조사·연구 목적의 포획에 국한하고, 혼획(그물에 걸려 죽거나 좌초·표류)한 고래만 해경에 신고한 뒤 수협을 통해 유통·해체·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값비싼 고래도 ‘합법고기’와 ‘불법고기’로 갈라지는 셈이다.2016..
몇 해 전부터인가, 페이스북 친구들 사이에선 한 해가 끝나갈 무렵이면 ‘올해의 영화’ 다섯 가지나 ‘올해의 책’ 다섯 가지 같은 것을 꼽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치러진다. 한 번도 참여해본 적이 없다. 결정을 내릴 수 없어서다. 마음속으로 순서를 매겨보다가도 왜 이것은 들어가고, 저것은 빠져야 하는지 스스로 설득이 안된다. 대개는 목록 다섯 개를 채우지도 못한다. 다른 사람들은 무엇이 좋았는지를 고를 수 있을 만큼 풍성한 삶을 살았는데, 나는 그것도 못 채울 정도로 얄팍한 1년을 보냈나 싶어 쓸쓸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서열을 매기는 일은 관점을 드러낸다. ‘나만의 목록’이라며 책이나 영화, 노래를 골라 올리는 일도 사실은 “나는 어떤 취향의 사람이야”를 간접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서열을 매기는 일은 권력행위..
검찰이 서울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김기현 측근비리’ 경찰 수사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사건의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검찰수사관 ㄱ씨의 휴대전화와 메모 등을 확보했다. 이는 청와대 개입 의혹과 사망사건 수사를 위한 것일 터이다. 사망사건 피해자의 유류품 분석은 사망원인 확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다. 통상의 경우 검찰의 지휘를 받아 경찰이 진행한다. 수사 내용도 검경이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검찰은 휴대전화 포렌식에 경찰 입회는 허락했지만 내용 공유는 거부했다. ㄱ씨 휴대전화는 청와대 개입 의혹 사건 측면에서 중요한 열쇠일 수 있다. 하지만 ㄱ씨 사망사건에서는 거의 유일한 증거이기도 하다. ㄱ씨 사망 배경과 관련해 검찰은 결코 자유로운 입장이 아니다. 그가 남긴 메모를 보면, ..
2019년 11월21일 경향신문이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1200명의 명단을 1면에 게재했다. 1면을 꽉 채운 명단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구구절절한 어떤 말보다도 강력했다.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1200명의 명단이 가리키는 이정표는 무엇일까? 신문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실업이 문제고 최저임금이 중요한데 왜 산재일까?사실 산재는 노동운동이나 노동연구에서도 주변부에 속한다. 고용이나 임금 문제에 비해 당사자 수가 적은 데다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문도 사회학자보다 의료인이 쓴 게 많다. 산재추방운동은 현재 노동안전보건운동으로 불리는데 당사자운동에서 대책위 구성 같은 지원활동을 거쳐 노조활동의 일부가 됐다가 최근에는 건강권운동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1987년 김성애의 투신자살을 계기로 전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