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이른바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23일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및 검찰개혁 법안에 대한 수정안에 최종 합의했다. 특히 막판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해 줄다리기를 벌여온 선거법에 돌파구를 마련함으로써 패스트트랙 법안 일괄 처리의 물꼬를 텄다. ‘4+1’ 차원의 선거법 합의안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현행(253명 대 47명)대로 유지하되 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을 30석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끝까지 민주당과 군소정당이 대립했던 석패율제는 도입하지 않기로 정리됐다. 비례대표를 한 석도 늘리지 않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상한선까지 설정함으로써 당초 선거제 개혁 취지는 훼손됐으나, 여야 ‘4+1’이 파국을 면하기 위해 최..
서울동부지검이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장관에겐 2017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를 알고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가 적용됐다. 그로선 서울중앙지검의 가족비리 수사와 별개로 민정수석 시절 감찰 무마 의혹으로 먼저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지난 8월 법무부 장관 내정 후 4개월이 넘도록 광장에서의 극심한 국론 분열을 겪은 ‘조국사태’도 중대 분수령을 맞는 셈이다. 첫 사법적 판단이 내려질 영장실질심사는 26일 열린다.핵심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 비위를 얼마나 파악했었는지, 감찰 종료가 민정수석 직권 범위에 있었는지, 청탁·외압이 있었는지가 영장 발부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비위..
별 재미없이 봤던 영화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이라는 영화입니다. 평결은 배심원의 협의 과정과 그 결론을 말합니다. 사건 내용은 전신마취를 하려면 식후 9시간은 지나야 하는데 식후 1시간 만에 마취를 해서 구토를 일으키고 식도가 막혀 호흡 곤란으로 코마 상태가 된 환자를 대리하는 변호사 이야기였습니다. 환자는 셋째 아이를 낳다가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보스턴에서 대교구가 운영하는 병원의 유명한 의사 두 명이 연루된 사건인데, 흔한 영화의 전개 과정으로 원고 변호사는 여러모로 자격 미달이었습니다. 반대로 피고 병원 측은 변론 준비를 위한 회의에 10명 이상의 변호사가 참석하고 증인신문 준비를 위해 실제 법정 상황까지 재연하는 열성을 보입니다. 뻔한 구도에 정의는 결국 승리한다는 뻔한 줄거리라 영화는 ..
최근 정부는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이 63.8%라고 발표했다. 보장률은 전체 진료비 중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는 비율이다. 구체적으로는 법에서 정한 본인부담금, 비급여로 인한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 급여비를 더한 값을 분모로 하고 이 가운데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는 급여비를 분자로 하여 측정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 케어’는 분모에 해당하는 비급여 본인부담금을 건강보험 급여비로 상당 부분 포함시켜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정책목표를 세웠다. 이 정책목표를 기억하는 측은 목표에 비해 보장률이 오르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이같은 논쟁은 적절치 않다. 우선 건강보험 보장률이란 지표 자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국제비교엔 적용되지 않는다. 보건의료체계가 보험 방식 외에 영..
한 해를 또 어김없이 보내게 된다. 지중해변은 춥지 않아 연말이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가톨릭 신자가 인구의 95%를 차지하는 포르투갈의 세밑 분위기는 그러나 이런 날씨와는 별 상관이 없다. 미국에서 비롯된 추수감사절의 다음날, 이른바 ‘검은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대대적인 할인상품의 공세로 많은 고객이 붐비는 상가의 모습은 독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때가 되면 모두 알게 모르게 시간이라는 괴물에 쫓기게 된다.쇼펜하우어는, 시간은 그 자체의 힘으로 스스로를 보여줄 수 없고 단지 공간과 시간 속에 함께 움직이는 어떤 다른 것에 의거해서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종교적 의식이나 관행을 따라 울렸던 교회의 종소리는 신의 섭리를 담고 있는 영원한 시간을 상기시켰다. 시간을 정확히 계..
1990년대 젊은 변호사 시절에는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옹호할 일이 자주 있었다. 권위주의 국가의 잔재가 짙게 남아 있었고, ‘정치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악법과 관행이 넘쳐났다. 리버럴한 성향의 변호사라면 정부에 의해 탄압당하는 ‘표현의 자유’를 방어하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받아들였다. 많은 진보성향의 서적이 정체 모를 적을 이롭게 하는 표현물로 처벌받았으며, 정부를 비판하는 예술가들도 자주 탄압을 받았다. 그 와중에 성적 표현 수위가 높은 표현물도 그 예술적 가치와 무관하게 법정에 서야 했다. 오랜 기간 계속된 그러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은 여러 차례의 헌법재판, 정부의 민주화 그리고 사회의식의 변화와 함께 시들해졌다. 그 시기는 인터넷이 세상에 등장해 소통의 방식을 혁명..
차를 마시다 친구에게 불쑥 “아무래도 마음운동을 해야겠어”라고 말했다. “마음잡고 운동을 하겠다는 말이지?”라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말이 잘못 나간 것이다. 그걸 제대로 알아들은 친구가 신통해서 자꾸 웃음이 나왔다. 요즘 들어 체력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글쓸 때 절감했다. 오랫동안 한자리에 앉아 있기가 쉽지 않았다. 덩달아 집중력도 떨어졌다. 문장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순간이 늘었다. 동사가 실종되고 조사가 자리를 잘못 잡았다. 며칠 좀 쉬면 나아질까 싶었지만, 휴식만으로는 체력이 회복되지 않았다. 마음을 잡아야 한다. 운동을 해야 한다.돌아오는 길에는 버스로 다섯 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를 걸었다. 내친김에 걸어보자는 심산이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징검돌에 발을 디딜 때, 계단을 하나하나 밟고 오를..
12월 말이면 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아침에 교실로 들어선 선희의 손에 핫팩이 들려있었다. 방학 특강을 홍보하러 나온 학원 관계자에게 받았다고 했다. 아이들은 방학을 무조건 좋아할 것 같지만 학원을 더 많이 다녀야 해서 싫어하는 경우도 꽤 있다. 방학이 본래의 의미대로 공부를 내려놓고 인생을 풍성하게 해줄 취미를 키우는 시간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선진국인 북유럽의 방학은 어떨까? 핀란드는 사교육의 개념이 없는 나라답게 방학 동안 다음 학년 공부를 선행하는 일이 없다. 아이들은 스키, 스케이팅, 수영, 카누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한다. 부모가 직장이 있어 돌봐주지 못하면 지자체, 종교단체에서 주관하는 캠프에 참가하는데 비용이 저렴하다. 저소득층은 정부의 지원금으로 여행 체험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