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인내하고, 적응하는 직업”으로 지칭되는 일이 콜센터 상담 업무다. 최근 언론에서 보도된 화장실 이용도 허락을 받거나 순번제 운영은 충격적이다. 공공부문 콜센터에서도 휴게시간조차 보장하지 않는 곳이 많다. 콜센터 상담사 거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기에 고용불안과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감정노동이나 괴롭힘 문제는 지난 수년 동안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콜센터 법률 위반은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곳에서 주로 확인된다. 어떤 곳은 연차휴가조차 감점제도를 통해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매월 마지막 주에 연차휴가를 신청하되, 변동은 2회까지만 가능하다. 3회부터는 횟수별로 성과평가에 감점을 받는다. 근로기준법상 보장받아야 할 권리조차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 한 곳에서는 상담사 콜 수와..
끝은 입원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몸져누웠다. 새해 예산안 충돌 후 정기국회는 험악하게 폐장되고 14일째 국회 농성을 이끌던 날이다. 태극기부대의 국회 난장집회도 그날로 멈췄다. 28일로 잡은 광화문집회는 1월3일로 늦췄다. 한국당 장외정치가 황교안에 의한, 황교안을 위한, 황교안의 길이었음을 새삼 보여주는 것이리라.4월20일, 그는 광화문집회 연단에 처음 섰다. 입당(1월15일), 당 대표 선출(2월27일) 뒤로 세 번째 정치 변곡점이 찍힌 날이다. 패스트트랙이 예열되던 당시 태극기는 우리공화당에 모여 있었다. 황 대표의 거리집회는 5월 전국을 돌고 여름 ‘조국대전’으로, 12월 국회로 이어졌다. 삭발한 머리가 다 자라기 전 단식했고, 지금은 콧수염이 첫인상이 됐다. 입이 거칠..
‘4+1 협의체’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최종 수정안에 대해 검찰이 반대 입장을 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공수처법에 ‘검찰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의 범죄 혐의를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 데 대해 “중대한 독소조항”이라고 했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글자 그대로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를 전담하는 기관이다. 검찰·경찰이 수사 중 고위공직자 비리가 포착되면 전담 수사기관에 넘기라는 건 중복수사를 방지하고 수사의 효율성을 위한 당연한 장치다. 수정안 이전 원안에도 ‘이첩 의무’를 규정해 수사의 우선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그게 공수처를 설립한 취지에 부합된다. 국가정보원법에 관계기관이 대공수사를 할 때는 국정원에 즉시 ..
“고객 절반은 반말을 해요” “예뻐서 그러니 술을 따라보라며 신체를 접촉했어요” “우울감에 수면 시간이 배로 늘어났고 자주 울었어요”. 청소년노동조합인 청소년유니온이 청소년노동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사례와 설문조사 결과는 참담했다. 청소년노동은 늘어나고 있지만,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일터에서 성희롱과 폭언, 폭력 등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유니온이 26일 발표한 만 15~18세 청소년노동자 대상 감정노동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52명 중 62%(156명)가 일터에서 고객·상사·동료로부터 웃음, 친절 등의 감정노동을 ‘매우 많이’ 또는 ‘많이’ 요구받는다고 답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객응대 상황에서 상사 및 동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답한 응답자..
태초 인간의 삶은 노마드였다. 정처 없이 떠돌며 사냥하고 채집했다. 각자도생의 세월이었다. 농업을 배우면서 정주생활을 시작했다. 경작지가 확대되고 잉여생산물이 생겨나면서 공동체가 만들어졌다. 공동생활이 진전되면서 마을에 광장, 시장, 신전이 들어섰다. 서양의 아크로폴리스, 동양의 도시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서울을 뜻하는 ‘경(京)’의 본래 의미는 ‘사람이 만든 높은 언덕’이다. 도시의 중국어 ‘성시(城市)’는 성곽과 시장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동양에서는 ‘도시’보다는 도읍·도회라는 용어를 더 즐겨 썼다. 규모가 큰 도시는 으뜸도시라는 뜻으로 경성(京城)이라고 불렀다. 그곳에는 지배자와 귀족, 무사들이 살았다. 고대 로마제국은 세계를 ‘우르비’와 ‘오르비’로 구분했다. 우르비(Urbi)는 황제와 교황이 ..
2019년도 며칠 안 남았다. 2010년대의 마지막 해를 지나 2020년을, 2020년대의 첫해를, 맞이하게 된다.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 하는 건 아니다. 시간을 따라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런 변화에 민감해져야 변화에 맞는 삶, 변화를 이끌어내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아마도 갈수록 기후변화가 단지 기상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우리 경제와 삶 자체를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갈수록 강화될 조짐이기에 더욱 그렇다. 가디언지 제안에 따라 “기후위기”로 불릴 만큼 기후변화가 심각해진 가운데 영국이나 캐나다, EU 등 “기후위기 비상사태”란 인식을 기초로 2050년 온실가스 배출 ‘넷 제로(순 배출량 0)’ 선언 국가들이 늘고 있다. 화석연료 연소가 주된 이유라 기후..
3000만원으로 시작해 5조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배달의민족(배민). 그 성장의 이면엔 밤낮없이 눈비를 뚫고 도로를 달린 배민라이더들이 있다. 라이더들은 초창기 먼 거리에 뜨문뜨문 콜이 뜨던 시절부터 배달을 했다. 당장은 시원치 않지만 회사가 잘돼야 나도 잘된다는 생각으로 성실하게 일했다. 배달사업이 ‘대박’을 터뜨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해도 단가는 그대로였지만, 군말 없이 일해왔다.그런데 점점 라이더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올 하반기, 배민은 배민커넥트라는 이름의 ‘크라우드소싱’ 배달을 시작했다. 그런데 커넥터들이 받는 수수료는 기존 라이더의 최대 2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배민은 커넥터 모집광고를 대대적으로 벌였고, 현재는 1만4000명이 넘는 규모로 급성장했다. 커넥터 중 자전거 퀵..
농촌 지역에서 ‘맛집’을 고르는 나름의 눈썰미가 있다.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주변에서 먹지 말라는 얘기는 도시에나 해당하는 말이고 작은 고장에서는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주변이 중심지여서 먹을 만한 식당도 그 주변에 있다. 군청이나 읍·면사무소의 공무원, 농협 직원들이 빛바랜 주렴을 손으로 들추고 들어가는 백반집이 맛있다. 군부대 소재 지역이라면 나이 지긋한 군무원들이 사병들을 데리고 가서 먹는 집이 맛집이다. 임실 터미널 근처의 피순댓국집도, 원통의 작은 국숫집도 그렇게 찾아낸 나만의 맛집이다. ‘군세권’이란 말이 있다. 군인 외출이 허용되면서 상권이 되살아나는 효과를 말한다. PC방이나 노래방,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카페 등 농촌 읍내에서 누가 이용을 할까 싶은 상점들이 즐비한 곳도 대체로 군부대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