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온통 깜깜했다. 좌우 구조물이 희미하게 보일 뿐 바닥은 가늠조차 어려웠다. 석탄 먼지만 쉴 새 없이 휘날렸다.’ 민주노총이 최근 공개한 한국남부발전 하동발전본부 석탄발전소의 ‘작업 중 현장’ 모습이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대부분 현장도 노동자들이 손전등에 의지한 채 작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2월10일 김용균 노동자가 숨졌다. 어두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컨베이어벨트 밑에 쌓인 석탄을 긁어모으다 벨트와 롤러에 몸이 끼였기 때문이었다. 조명시설만 있었어도, 도와줄 동료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오늘도 ‘김용균의 현장’은 그대로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씨 사망 후 “발판 하나, 벨트 하나까지 꼼꼼하게 살펴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정규직 전환..
지난달 28일 전국사립유치원교직원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말만 교직원일 뿐, 그동안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고, 사립유치원들의 비리 행위로 인한 피해자였던 사립유치원 교직원들이 자주적인 결사체 노동조합을 만들고 창립을 대외적으로 선포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비리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되고 사립유치원장과 설립자들이 원비와 국가지원금을 쌈짓돈 쓰듯이 사용한 내역이 공개되면서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유치원에 근무하고 있는 교직원들도 사립유치원 비리와 폭리의 피해자이다.그동안 사립유치원 교직원은 유아교육 일선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음에도, 그들의 열악한 처우와 현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노조는 사립유치원 교직원 처우의 실상을 직접..
“하루 8시간 노동, 8시간 휴식, 8시간 자유!”를 외친 이들이 있었다. 1886년 5월1일 미국 시카고 헤이마켓광장이었다. 노동절, ‘메이데이’의 기원이다. 그간 130년이 훌쩍 넘었지만 8시간 노동은 아직 꿈이다. 무엇이 문제인가?“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1970년 11월13일, 청년 전태일이 분신하며 외친 말이다. 1인당 국민소득 약 250달러 시절이었다. 그런데 1인당 3만달러가 넘는 지금도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친다.실은 근기법 준수도 힘겨운데 되레 퇴보 일로다. 세계적 장시간 노동국의 오명을 벗고자 2004년부터 점진적으로 주 5일제, 하루 8시간, 주 40시간제를 실시하던 중이다. ‘이명박근혜’ 때는 ‘주 68시간제’가 상식처럼 통했다. 촛불혁명..
선거제도 개혁안, 검찰개혁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이후에도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여전히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 몇 자리를 더 얻겠다고, 끊임없이 개혁안을 후퇴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과의 타협 가능성에 미련을 두고 있다. 그러나 타협이 잘되면 개혁과는 거리가 먼 ‘누더기 입법’이 될 것이고, 타협이 안되면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뿐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자유한국당과 타협을 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국회 의석을 배분한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준연동형’으로 축소시킨 장본인도 민..
새만금 방조제는 세계 최장을 자랑한다. 무려 33.9㎞에 이른다. 하지만 생각을 뒤집어보면 갯벌과 그 속의 생명을 죽였던 세계에서 가장 긴 ‘학살의 둑’이다. 또 서울시 면적의 3분의 2(여의도의 140배)만큼 국토를 넓혔다고 자랑한다. 이 또한 죽임의 현장이 이리도 넓다는 뜻이다. 그래서 새만금 방조제에 서면 그저 슬프다. 직선으로 뻗은 방조제가 요새처럼 견고해서 더욱 그렇다.물막이 공사가 한창일 때 새만금 갯벌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먼 남쪽나라에서 날아온 새들이 찰진 갯벌에 주둥이를 박고 날아갈 힘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새들에게 새만금 갯벌은 에너지 공급기지였다. 생명평화순례단원들은 갯벌과 그 속의 생명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들은 새들의 울음이 떨어지는 갯벌에서 바다를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