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짧을수록 좋더라. 버스든 지하철이든 정거장은 시 한 편 읽기에 딱 알맞은 간격이다. 그러니 도로마다에는 가로수와 간판과 더불어 시집도 빼곡하게 배열되어 있는 셈이겠다. 그제 아침 출근길의 라디오에서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 ‘연기’가 튀어나왔다. 아나운서의 낭랑한 음성에 실린 그 시는 마지막 구절이 내가 기억하여 외우는 것과 사뭇 달랐다. 황량과 적막의 차이. 지나간 것이라고 쉽게 관대한 건 아니겠지만 시에 관한 한 나로서는 오늘보다 옛날이 더 좋았다.산에 다니면서 꽃도 꽃이지만 꽃이 처한 사정이나 사연에 주목을 해왔다. 몇 해 전 태백산을 다녀오다가 맞닥뜨린 풍경 속에서 대학시절에 만났던 ‘연기’를 다시 만났으니 그 경위는 다음과 같다. … 이윽고 도시락을 다시 빈 도시락으로 만든 뒤 하산하는 길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런데 그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인지 실감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현실은 국민이 권력의 주인이란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그는 “불법파견 판정 시 즉시 직접고용 제도화”를 약속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운송설비를 점검하다 사고로 숨졌다. 2018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214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오늘도 살기 위해 출근한 노동자 중 6명이 퇴근하지 못하고 장례식장으로 실려 간다. 오늘도 무사히! 그것이 지금 노동자들의 소망이다.촛..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로 심재철 의원이 9일 선출됐다. 그는 당선 직후 문희상 국회의장, 여야 3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내년도 예산안과 비쟁점 민생법안을 10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야 간 이견이 큰 선거법과 검찰개혁 등 패스트트랙 법안은 정기국회 내 상정을 보류했다. 한국당이 지난달 말 무더기 신청했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는 의원총회 동의를 거쳐 철회키로했다. 원내대표가 교체되자마자 꽉 막힌 정국에 물꼬가 트인 것이다. 의총에서 예산안 합의 결과를 보고 최종 결정키로 했다고 하지만, 이만큼 진전된 것만도 반가운 소식이다. 심 원내대표는 당내 비주류이자 비황(비황교안)계로 분류된다. 결선투표에서 52표를 얻어 각각 27표를 얻은 비박계 강석호(3선), 친박계 김선동(재선) 의원을 누르고..
헌법재판소가 “혐오표현을 금지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5조 3항 등이 양심에 따른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일부 교사·학생·학부모가 낸 헌법소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헌재는 혐오표현이 사회적 약자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허용되는 의사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혐오표현 규제와 관련해 처음 내려진 헌재 결정이 한국 사회에 주는 울림은 결코 작지 않다.문제가 된 조항은 “학교구성원은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다. 청구인들은 이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해당 조항은 학교구성원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인권의식을 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