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현대판 장발장’ 제목의 뉴스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인천의 어느 마트에서 아버지와 12세 아들이 우유와 사과 등을 훔치다 적발된 사건이다. 아버지는 너무 배고팠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당뇨와 갑상선 질병으로 6개월째 일을 하지 못했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있었지만 홀어머니와 7세 아들까지 네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기가 무척 힘겨웠다. 아마 그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곳조차 없다는 절박함에 마트로 향했고 아들은 애타게 먹을 것을 찾는 어린 동생을 떠올리며 아빠를 따라 나섰을 것이다. 방송은 이웃의 온정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지만 우리는 이 질문도 던져야 한다.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정부는 대답할 것이다. 기초생활보장 복지를 제공하였다고. 정부에 다시 묻는다. 정말 기초생활보장제도 안으로 들어오면..
어린아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테마파크 중에 직업 체험을 소재로 하는 테마파크는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에 두 곳 정도 있다. 아이 어릴 때 더러 가보았는데, 갈 때마다 늘 현실세계와 놀랍게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그곳은 일하는 즐거움보다 취업의 고단함을 깨닫게 한다. 1회에 많아야 대여섯 명만 입장이 가능한 체험시설은 늘 대기를 해야 한다. 그것도 오래 대기해야 한다. 체험시설 바깥에서 배회하는 아이들은 일종의 실직 상태인 셈인데, 비싼 입장료 내고 들어와서 기다리는 게 일이라니, 비싼 등록금 내고 졸업해서 청년실업에 봉착한 오늘날의 세태를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곳에서 취업하려면 인기 직종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원하는 바를 이루겠다는 소신과 주관 따위를 여기에서 부렸다가는 남들 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차기 국무총리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했다. 헌정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총리 발탁이다. 국회의원 6선에 ‘경제통’으로 정평이 난 정 지명자를 내각 수장으로 내세워 후반기 국정운영의 중심을 ‘경제와 협치’에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그의 지명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정 지명자는 쌍용그룹에 입사해 임원까지 지냈고 참여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정치에 입문해서는 당 의장,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두루 맡는 등 정치적 무게감도 있다. 국회와 행정부 간 협업은 물론 야당과의 협치를 이끌어내는 데 강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 지명자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작정”이라며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불법 집회와 폭력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 16일 국회 본청 앞에서 개최한 ‘공수처법·선거법 저지 규탄대회’에 당원과 태극기부대 등 수천명이 몰려들면서다. 당초 이들 시위대가 국회 출입을 저지당하자 한국당이 나서서 “모셔왔고”, 황교안 대표는 “이렇게 국회에 들어오신 것은 이미 승리한 것”이라고 북돋고 선동했다. 공당이 경찰의 정당한 법 집행을 무력화시키면서 극렬 집단을 국회 경내로 끌어들여 집회를 진행하고 폭력을 선동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황 대표가 국회 잔디밭까지 나가 맞이한 이들 극렬 집단이 국회를 어떻게 만신창이로 만들었는지를 보면, 한국당의 책임 무게를 알 수 있다. 태극기부대 등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규탄대회 참석 뒤에 국회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와해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그룹 ‘노무 지휘부’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무더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삼성 2인자’로 불리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사장)과 그룹 미래전략실에서 노사업무를 총괄한 강경훈 부사장이 징역 1년6월씩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나흘 전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에서 징역 1년4월이 선고된 강 부사장은 구속의 굴레가 씌워졌고, 노사전략 수립·실행에 간여한 노무사·경찰도 구속됐다. 이들에겐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설립되자 ‘그린화 작업’이란 노조와해 전략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실행한 혐의가 적용됐다.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를 구속시키며 협력업체가 고용한 수리기사들이 불법파견 관계에 있는 점도 처음 인정했다. 잇단 ‘노조 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