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정보의 80%를 눈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세상 정보의 80%를 귀로 받아들이는지도 모릅니다. 친구 말만 믿고 섣불리 주식에 투자하고, 좋은 땅이 나왔다는 기획부동산 광고전화에 덜컥 땅을 사버립니다. 써보니 아침이 달라지더라는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고가 옥장판에 카드 긁습니다. 그러나 세상살이 이골이 난 사람은 속고만 살았냐! 근거 서류와 사진까지 보여줘도 내가 본 게 아니니 안 믿습니다. 직접 보고도 못 미더워 여러 경로를 통해 일일이 또 확인해봅니다.속담에 ‘귀 장사 말고 눈 장사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처럼, 남들이 해준 말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스스로 확인한 것만 못하다는 뜻이지요.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발품’보다는 ‘귀품’만 팔아 섣부른 결정을 내립니다. 여럿이..
처음 따뜻하더니 잠깐 맹렬했다가 아차 하는 순간 쌀쌀맞기 그지없는 애인처럼, 뒤도 안 돌아보고 서해로 퐁당 빠질 때는 언제고, 또다시 꿋꿋하게 떠오른다. 그런 해에게 참 대단하다는 말을 붙여준다면, 그가 매일 펼쳐놓은 좌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게는 수수께끼라는 말이 참 어울릴 것 같다. 삶은 수수께끼. 이 네 글자가 없었더라면 삶이라는 이 난해한 현상을 어떻게 하루인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사타구니에서 걸음을 꺼내어 나를 사방으로 데리고 다니는 다리와 그런 다리의 능력을 이용하여 그 어디로 나를 또 건너게 하는 다리는 이름이 같다. 왜 다리는 다리이고 다리라 하는가. 더러 그런 시시한 궁리도 해가면서 모처럼 부산여행을 겸해 희귀식물조사대에 따라붙었다. 이번에는 거문도에서 발견..
백두산의 중국 이름은 장백산(長白山)이다. 당나라 때는 태백산(太白山)이었다. 모두 ‘백산’이다. 겨울 내내 눈에 쌓여 있어서만은 아니다. 용암과 화산재로 덮인 산 정상이 하얗게 보이기 때문이다. 산 명칭이 화산임을 말해준다. 흔적은 백두산 서파·남파 등산로에 남아 있는 탄화목(炭火木), 탄애(炭崖·숯 절벽)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가장 확실한 증거는 천지다. 분화구에 형성된 천지는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산정호수다.백두산은 대략 277만년 전부터 21만년 전까지 4~5차례의 화산 폭발로 형성된 것으로 지질학자들은 추정한다. 백두산과 천지가 만들어진 뒤에도 크고 작은 분화는 계속됐다. 지질학자들은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을 바탕으로 1401년, 1403년, 1597년, 1654년, 1668년, 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