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저 말하려는데왜 목메는지 목메는데 왜말은 역류하는지 말을 물고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밤 밤이 바람을 뱉는다구름이 반달을 뱉는다 반달이 절반만 말한다해에게 빌린 말 빛 없는 말은달 뒤편에 있다 윤병무(1966~) 말을 뱉기도 하고 삼키기도 한다. 절반은 발설하고 절반은 억지로 참는다. 마치 반달이 반쯤만 빛을 뱉듯이. 달의 앞쪽과 뒤편이 있듯이. 빛과 어둠이 손바닥과 손등처럼 의존하듯이.삼키고 참은 말은 기다리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에도 내심(內心)이 있다. 발화하지 않은 말의 속마음을 알기는 참 어렵지만, 상대방의 사정이나 형편을 어림잡아 헤아리면 전혀 알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좋은 이해는 일어난 것의 그 너머를 보는 것일 테다. 별똥이 떨어진, 산등성이 너머를 가늠하듯이. 시인은 시 ‘달 이불’에..
변하지 않는 관계는 없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국제관계에서는 더 말할 나위 없다. 최근 우리는 그동안 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한·미관계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한·미동맹은 냉전적 안보상황의 산물이다. 6·25전쟁이 아니었으면 한·미동맹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새로운 안보상황에 직면하고 있다.일본의 수출통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일본 편향적 태도, 그리고 주한미군 주둔비용 6조원을 요구하는 미국은 우리에게 매우 낯설다. 이런 미국의 태도 변화는 한국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 아니 이미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 패권경쟁에 직면한 미국은 우리보다 먼저 한·미동맹의 내용과 형식을 바꾸고 있..
김민식군(9)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과속 차량에 치여 숨졌다. 그래서 만든 게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 안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민식이법’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9일 본회의에 상정될 법안 198건에 대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신청했다. 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는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서다. 말만 토론일 뿐, 사실상 정기국회를 올스톱시키겠다는 속셈이다.이 바람에 데이터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데이터 3법’, 대체복무제 관련 법 등 다수의 민생·경제법안 처리가 모두 무산됐다. 이 중 76개는 여야가 해당 상임위에서 합의해 올라온 이른바 무쟁점 법안이다. 26개 법안은 한국당 의원이 먼저 발의한 ..
고용노동부는 사내 하청노동자가 많은 공공발주 건설현장 115곳에 대한 안전점검을 한 결과 77곳에서 268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됐다고 1일 밝혔다. 정부 불시 안전점검은 이들 공공발주 사업장과 노동자 100인 이상 민간사업장 284곳 등 총 399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 결과 353곳에서 1484건의 위반사례가 적발돼 사용중지·시정 명령과 함께 과태료가 부과됐다.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안전조치 이행 점검이 목적이었는데 이를 제대로 지킨 사업장이 10곳 중 1곳에 불과했다. 문제는 공공발주 건설현장 10곳 중 7곳 이상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한국은 사고로 숨지는 노동자가 한 해 1000명 정도다. 상당수는 사업장 안전대책 부실이 원인이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 등도 ‘노동자 일터 안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