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21일 경향신문이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1200명의 명단을 1면에 게재했다. 1면을 꽉 채운 명단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구구절절한 어떤 말보다도 강력했다.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1200명의 명단이 가리키는 이정표는 무엇일까? 신문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실업이 문제고 최저임금이 중요한데 왜 산재일까?사실 산재는 노동운동이나 노동연구에서도 주변부에 속한다. 고용이나 임금 문제에 비해 당사자 수가 적은 데다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문도 사회학자보다 의료인이 쓴 게 많다. 산재추방운동은 현재 노동안전보건운동으로 불리는데 당사자운동에서 대책위 구성 같은 지원활동을 거쳐 노조활동의 일부가 됐다가 최근에는 건강권운동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1987년 김성애의 투신자살을 계기로 전개..
장외집회, 농성, 삭발로 이어진 투쟁의 끝이 단식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국회 마비. 하기야 일년 내내 굶주린 말이 이제 와서 힘차게 달리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조국의 법무장관 사퇴도 끝은 아니었다. 유재수 의혹, 하명 수사의혹이 꼬리를 문다. 한국은 2020년이라는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을까? 2019년이 출구를 잃고 제자리를 맴돌 것만 같다.한국 정치로부터 좋은 소식을 듣기란 어려운 일이다. 어느 새 사람에 대한 투자는 SOC 투자 증가로, 재벌개혁은 재벌 중심 성장으로, 양극화 해소는 경제활력 제고로 대체됐다. 평화에 정성을 쏟는데 국방비는 보수집권기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제는 불평등을 얼마나 해소했는지, 보통 사람의 삶이 나아졌는지 따지는 일도 별로 없다. 2019년 경제성장률 ..
일본이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의 두번째 후속조치 이행경과보고서에도 한국인 강제노역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조치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지난 2일 게재된 ‘일본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후속조치 이행경과보고서’는 일본이 2017년 처음 제출했던 보고서와 달라진 내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015년 7월 하시마(군함도) 탄광 등 강제노역 시설 7곳을 포함한 메이지 시대 산업시설 23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세계유산에 포함된 야하타제철소, 미이케 탄광, 하시마 탄광은 조선 노동자들의 한이 서린 곳이다. 일본은 일부 시설에서 한국인 등이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 노역한 점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
2019년 11월21일 경향신문이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1200명의 명단을 1면에 게재했다. 1면을 꽉 채운 명단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구구절절한 어떤 말보다도 강력했다.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1200명의 명단이 가리키는 이정표는 무엇일까? 신문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실업이 문제고 최저임금이 중요한데 왜 산재일까?사실 산재는 노동운동이나 노동연구에서도 주변부에 속한다. 고용이나 임금 문제에 비해 당사자 수가 적은 데다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문도 사회학자보다 의료인이 쓴 게 많다. 산재추방운동은 현재 노동안전보건운동으로 불리는데 당사자운동에서 대책위 구성 같은 지원활동을 거쳐 노조활동의 일부가 됐다가 최근에는 건강권운동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1987년 김성애의 투신자살을 계기로 전개..
전 세계에서 국제협약을 제일 안 지키고 세계평화를 자주 위협하는 ‘불량국가’는 어디인가? 단연코 미국과 일본이다. 1987년 미국과 소련은 핵탄두 장착용 중·단거리 미사일을 폐기하고자 중거리핵전력조약을 체결했으나, 트럼프는 올 2월 탈퇴 뜻을 밝혔고 푸틴도 맞대응을 했다. 이는 실제 조약 파기로 이어져 핵무기 경쟁이 냉전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트럼프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미국 이익에 반한다”며 2017년 탈퇴를 선언했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을 줄이려고 전 세계가 마련한 약속을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위인 미국이 깬 것이다.국의 이런 행태는 뿌리가 깊다. 하워드 진이 쓴 를 보면, 미국 정부는 인디언과 400여건이나 조약을 맺고 서명했지만 단 한 건도 안 지켰다. 해..
일부 언론은 황교안 대표의 단식 이후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반등했다고 보도했으나, 사실은 그 직전에 잠깐 빠졌던 2~3%포인트를 다시 회복했을 뿐이다. 6개월 전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5월 말에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2%였는데 며칠 전인 11월 말 지지율은 23%로 6개월 동안 딱 1%포인트 올랐을 뿐이다(이하 갤럽 자료 기준). 중간에 많이 올랐다가 떨어진 것도 아니다. 소위 ‘조국사태’가 정점으로 달려가던 10월 중순에 27%를 찍은 것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이었다. 자유한국당에 가장 유리한 판국에서도 민주당 지지층 2~3%를 빼앗아 오는 것에 그쳤고, 이들은 한 달 만에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갔다.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왜 오르지 않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두 가지 요인의 결합이 가장 중..
오전 5시.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킨다. 아이의 아침, 도시락, 준비물 등을 챙겨야 한다. 쉽게 이부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여 깨우고 먹이고 학교에 보내고 난 뒤 밀린 집안일을 부리나케 끝내고 9시 즈음 집을 나선다. 도서관까지 걸으며 다음주 그림책축제 참석자 섭외, 도서관 업무협의, 아이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등으로 통화를 멈출 새가 없다. 도서관에 도착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도서관 운영회의를 해야 한다. 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보조금사업의 정산과 다음달부터 3개월간 진행할 3기 교육프로그램의 기획안 작성이 급하다. 3개월 뒤에 도서관 임대계약을 갱신해야 하는데 보증금과 월세가 많이 오를 것 같아서 걱정이다. 운영회의가 끝난 뒤 곧바로 그림책축제 진행과 관련된 점검회의를 연다. 2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직속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했던 검찰수사관 ㄱ씨가 숨졌다. ㄱ씨는 지난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가족·측근에 대한 경찰수사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를 밝혀줄 참고인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가 비리첩보 작성에 간여하고, 경찰수사과정에 개입했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그런 그가 검찰 출석 3시간을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 대상자가 수사 도중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불행한 사태가 또 벌어진 것이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ㄱ씨 죽음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숨지기 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가족에 대한 배려를 바란다”는 메모를 남긴 것을 두고, “검찰이 별건수사로 압박하자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