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시드는 동안 밥만 먹었어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꽃이 시드는 동안 돈만 벌었어요 번 돈을 가지고 은행으로 가서 그치지 않는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오늘의 사랑을 내일의 사랑으로 미루었어요 꽃이 시든 까닭을 문책하지는 마세요 이제 뼈만 남은 꽃이 곧 돌아가시겠지요 꽃이 돌아가시고 겨우내 내가 우는 동안 기다리지 않아도 당신만은 부디 봄이 되어주세요 정호승(1950~)문학평론가 이숭원은 정호승 시인의 시에 대해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고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이 주제의 울타리를 고집스럽게 벗어나지 않았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 시에서의 ‘꽃’은 한 명의 사람(어머니) 혹은 생명일 수도 있고, 사랑의 의지일 수도 있고, 영혼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일 수도..
백범(김구) 우남(이승만) 해공(신익희) 인촌(김성수) 유석(조병옥) 죽산(조봉암) 해위(윤보선)…. 1960년대까지는 거물 정치인들은 아호(雅號)로 불렸다. 이름을 부르는 건 불경으로 여겨, 품위도 있고 예우의 뜻이 담긴 아호로 통칭된 것이다.1970년대 들어 영문 이니셜 호칭이 등장했다. 원조는 박정희 정권의 2인자였던 김종필이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애칭 ‘JFK’를 원용해 ‘JP’라는 약칭이 만들어졌다. DJ(김대중)·YS(김영삼) 등장은 결을 달리한다. 독재 시절 탄압받는 인물을 부르는 은어로 시작해 국민적 열망을 담은 애칭으로 자리잡았다. ‘3김’을 거치면서 이니셜로 불리는 것 자체가 한 시대를 풍미한 ‘거대한 정치’를 상징하게 된다.‘3김 이후’ 대선주자들은 끊임없이 영문 약칭의 호명을 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확진환자가 3명 추가로 발생해 국내 환자가 총 15명으로 늘었다. 추가 환자 가운데 1명은 지난달 31일 귀국한 교민이다. 중국이 아닌 일본에서 감염된 사례도 처음 발생했다. 이 환자는 국내에서 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겨 두번째 3차 감염 사례로 기록됐다. 감염자가 중국 우한 입국자에서 기타 외국 감염자 및 국내 접촉자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범부처 대책회의를 열어 최근 14일 이내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한국 입국을 4일부터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 제주도의 무사증 입국도 당분간 중지하기로 했다. 현시점에서는 적절한 대응이라고 평가한다.가장 우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짱깨’(중국인 비하 표현), ‘중국인은 바이러스’ 등 자극적인 중국인 혐오 표현이 번지고 있다. 길을 가던 중국인에게 “꺼져라”고 소리치고 ‘중국인 출입금지’를 내건 식당도 등장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전부 송환해야 한다”는 등 야당 의원들의 거친 발언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인 혐오는 한 가지 예일 뿐이다. 최근 트랜스젠더 여성의 숙명여대 합격과 관련한 논란, 프로농구 귀화선수 라건아가 공개한 일부 누리꾼들의 “검둥이” “네 나라로 돌아가” 등 인종차별적 표현에 이르면 아연실색할 정도다.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과 걸맞지 않게 지체돼 있다. 반복되는 ‘인권후진국’ 지적을 이젠 개선해야 한다. 경향신문은 ‘가장 보통의 차별’..
2월 임시국회 개회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원내 1·2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개회한다는 데는 의견을 모았지만 구체적 일정·안건 협의는 지연되고 있다. 한국당은 선거구 획정 문제가 가닥 잡히고 2월 중순 이후에 열자는 뜻을 비치고 있다. 연말연초 패스트트랙 법안 충돌의 앙금이 남아 있고, 총선 후보 공천과 보수통합 얘기로 부산한 것도 개원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는 이유가 됐을 게다. 그러나 중국발 신종 코로나가 빠르게 확산되며 시민들의 안전과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민생 위기 앞에선 총선 준비도 그들만의 얘기처럼 보일 뿐이다. 사람들의 일상을 옥죄고 불안케 하는 감염병 하나만으로도 국회가 빨리 작동돼야 할 이유는 분명해진 상황이다.사실상 4월 총선 앞 마지막 국회가 될 2월 국회에선 신종 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