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기가 당연히 항상 공급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산다. 적어도 2011년의 9·15 정전 이후로는 그랬다. 그런데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전기가 자동으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 아니라, 설사 전기가 끊어져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동하는 비상전원시스템 덕분이다. 데이터센터, 병원, 방송국 등 중요시설에는 전력이 끊어졌을 때를 대비한 비상전원장치(uninterruptible power supply)가 설치돼 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도 컴퓨터로 중요한 작업을 할 때 전력이 끊기면 안되기에 소형의 비상전원장치를 쓰는 경우도 많다.비상전원장치에는 디젤 발전기를 이용하는 타입, 배터리를 이용하는 타입, 플라이휠을 이용하는 타입 등 다양한 타입들이 있다. 언젠가 잠실야구장에 설치돼 있는 플라이휠 UPS를 볼 기회가 ..
총선이 다가오면서 각 정당들의 이합집산과 인재 영입 노력이 한창이다. 이런 노력은 이번만의 일이 아니라 한국 정당들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늘 해왔던 일상화된 일들이다. 왜 이런 일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을 무시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평상시에는 동물국회, 식물국회라 일컬을 정도로 일반 국민을 위한 일을 하지 않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유난히 무언가 새로운 것을 내세우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한국 선거법 개정 패턴을 보면 거의 선거 직전에 이루어진 사례가 많다. 국민들에게 한 일이 없으니 거의 비현실적인 선거법 개정으로 자신들의 죄의식을 회피하려는 의식에 불과했다. 정당 간 이합집산도 염치 없는 행동이다. 해방 이후 정당 이름만 100여개에 달하고 이합집산도 300여회에..
우리 집은 긴 부엌에 책상 딸린 거실과 침대방이 나란히 붙어 있는 구조다. 옛 연립주택의 전형적인 실내구조라고들 한다. 원룸에 살다 이곳으로 이사한 지는 1년 좀 넘었다. 옮긴 후 제일 좋았던 점이 아침에 눈 떴을 때 싱크대부터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전에 살던 곳에서는 침대 대각선으로 놓인 개수대의 수세미가 먼저 시야에 들어왔는데 말이다. ‘침실’로 들어가 램프를 켠 채 책을 읽다 잠드는 호사로움이 내 것이라니 경이로웠다.이 이야기를 하자 주위에서 꿈을 좀 더 키워보라 조언했다. 원룸 살 때 몰랐던 세상이 투룸에서 펼쳐졌듯, 대출 받아서라도 아파트 단지 같은 데로 이사하면 삶의 질이 또 달라질 거라고 말이다. 실제 아랫마을 타운형 빌라나 윗마을에 들어선 브랜드 아파트를 보며 선망이 일긴 했다. 하지만 ..
싱하이밍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4일 서울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브리핑’ 명목의 기자회견을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제가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그러나 세계적이고 과학적인 것은 세계보건기구(WHO) 근거인 만큼 WHO 근거에 따르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주한 중국대사가 부임한 지 닷새 만에 자청해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가 국경을 넘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인접국인 한국에서 대중국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분위기를 고려해 대언론 접촉을 서둘렀던 것으로 보인다.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은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한 한국 정부의 조치가 교역과 이동 제한을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며 아이들 돌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에 대비해 휴업·휴원을 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이 늘어나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 부모 등이 발을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교육부에 따르면 4일 현재 서울·경기·강원·충남·전북 등의 유치원과 초·중·고교 모두 400곳 가까이가 개학연기 또는 휴업에 들어갔다. 유치원이 가장 많았고, 이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특수학교 순이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들의 이동경로가 여러 곳 포함된 경기도(198곳)와 전북(144곳) 등지의 시설 휴업이 집중됐다. 지역에 따라선 수원과 부천 등 전체 유치원의 50~60% 이상이 휴업을 하는 곳도 있다. 이 중 혼자 집에 있을 수 없는 유치원생과 초등..
자유한국당이 4·15 총선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으로 만드는 ‘미래한국당’이 5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연다. 당대표로는 4선의 ‘원조 친박’ 한선교 의원을 낙점했다. 그는 지난달 2일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정말 죄송하다. 용서해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를 접었다가 한 달 만에 황교안 대표의 권유를 받고 다시 총선에 뛰어든 것이다. 20일 전 중앙선관위에서 사용 금지 통보를 받은 비례한국당 명칭에서 ‘비례’만 ‘미래’로 바꾸고 끝내 유권자를 우롱하는 위성정당을 강행하는 셈이다.한 의원은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만 내고, 한국당은 비례대표를 안 낼 것”이라며 “모(母)정당인 한국당 황 대표나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입김이 작용하지 못하는 비례대표 공천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
소록도를 여러 번 간 적이 있었다. 알다시피 그곳에는 한센병 환자들의 마을과 병원이 있다. 한센병은 지금은 치료법도 발견되어 있어서 치료만 하면 낫는 병이고, 병균 자체도 감염이 잘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둥병이라고 알려진 한센병은 우리가 어릴 때는 공포 그 자체였다. 어른들은 문둥이가 보리밭에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어린애들을 잡아서 간을 빼먹는다고 했다. 그런 편견은 증오를 낳았고, 그 증오는 문둥이들을 동네에서도 살 수 없게 쫓아냈다. 쫓겨난 문둥이들은 남도 땅 멀리 격리되었다. 일제강점기부터 있었던 소록도병원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인권침해는 해방 뒤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지독한 편견 속에서 그들이 살 곳은 그곳밖에 없었다. 얼마 전까지 이 병에 대한 유전을 막는다고 단종수술과 낙태수술까지 자행되었다. ..
20대 국회 막바지에 어렵사리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것은 검찰의 힘 빼기나 경찰의 힘 실어주기가 아니다. 국가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오랜 고민의 결실이다.그런데 견제와 균형이라는 면에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외형을 보면 엇길로 들어설까봐 걱정된다. 독점적 수사와 정보나 규모의 면 모두에서 경찰이 마치 거대 공룡과도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12만 경찰이 정보독점에 수사독점까지 절대권력화되기에 이르렀다.문제는 운용 여하에 따라 과거의 경찰국가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측면 때문에 해방 이후 지금까지 70여년간 수사권 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았음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