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두 자릿수씩 폭증하면서 25일 전체 환자가 1000명에 육박했다. 확진자의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구 시민과 신천지 교인 3만7000여명을 상대로 진단검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확진확자가 늘고 방역 범위가 확대되면서 의료인력의 감염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보건소 방역책임자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병원·보건소 감염이 현실화되고 의료진 집단 격리가 늘면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진료 마비’ 사태마저 우려되고 있다.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청도대남병원에서는 정신병동 직원 15명 중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 9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대구지역 의료진 확진자는 12명으로 늘었다. 창원 1곳, 서울 2곳의 병원에서도 의사, 간호사, 이송인..
해외 각국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을 이유로 한국발 입국제한에 속속 나서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은 25일부터 한국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고, 대만은 14일간 자가격리토록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으로 올렸다. 최근 14일 이내 한국 방문 이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는 현재 9개국이다. 한국 방문자를 자가·시설 격리하거나 건강 상태를 관찰토록 한 나라는 17개국에 달한다고 한다. 각국 정부의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는 자국민 보호 차원이라는 점에서 유감스럽지만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실행방식이 지나쳐 한국인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점은 묵과하기 어렵다. 모리셔스는 지난 23일 도착한 신혼부부 1..
4년 전 초여름, 중국 복건성 북부에 위치한 무이산 구곡계에 갔었다. 죽벌을 타고 구곡계를 미끄러지듯이 내려오기도 했으며, 천유봉에 올라 뱀처럼 구불거리는 물길과 조화롭게 솟아오른 바위 봉우리들을 즐겼다. 조선의 사대부들이 동경해 마지않던 그곳에 간 까닭은 주희(1130~1200) 때문이 아니었다. 나를 그곳으로 이끈 사람은 서하객으로 널리 알려진 서홍조(1586~1641)였다. 2011년 가을에 가 완역되어 출간되었고 그때는 내가 큰 수술을 마치고 정양을 할 때였다. 두어 달 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하여 무료했던 시간에 그 책을 읽으며 다시 일어설 꿈을 키웠으니 내게는 그 어떤 신약보다 좋은 약과 같은 책이었다. 3년 후, 몸이 안정을 되찾자 대뜸 서홍조가 남긴 유기 중 후반부 3분의 1을 차지하는 운남..
몇 년 전 평등과 공평의 차이를 설명하는 그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돌며 공감을 얻었다. 세 사람이 담 너머로 경기를 보려고 하는데, 키가 담 높이보다 큰 사람은 한 사람뿐이다. 같은 높이의 받침대에 올라서니 두 사람은 경기를 관람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은 여전히 경기를 볼 수 없다. 받침대 없이도 경기를 볼 수 있는 사람 대신 키가 가장 작은 사람에게 받침대 두 개를 받쳐주니 비로소 세 사람 모두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이 그림 하나로 많은 사람이 공평의 의미를 쉽게 받아들였다.프랑스에서 친구가 위의 그림에 한 컷이 더해진 그림을 보내왔다. 키가 가장 큰 사람이 작은 사람을 밟고 올라서서 경기를 관람하고, 다른 이는 그가 마실 음료와 간식을 받쳐 들고 있었다. 프랑스 사회를 풍자한 눈살을 찌푸리..
“부담 갖지 마세요, 그림책이니까.” 책읽기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선생님께서 집 주소를 여쭤보더니 엊그제 책을 한 권 부치셨다. 선생님 친구분이 펴냈는데 널리 알려진 작가도 아닌 데다 1인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어서 여기저기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포를 열어보니 유현미 작가의 그림책 (도서출판 가지)였다. ‘지구를 닮은 얼씨 드로잉(Earthy Drawing)’이란 부제가 달렸다. 작가가 낯설어서 프로필부터 살폈더니 미술치료를 공부하다 우연찮게 그림에 빠졌다고 한다. 작가는 구순인 아버지에게 그림을 가르치며 함께 그림책을 만들고 촛불집회를 기록한 그림책도 펴냈다. 개인전과 원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작가는 머리말에 “인간은 누구나 예술가로 태어난다”라고 썼다. 그 예술가 중 한 사람이 다름 아닌 작가의..
어느 날 나는 ‘그날 입은 옷’이라는 글감을 칠판에 적었다. 내가 혹은 누군가가 어느 날 입고 있던 옷을 기억하며 글을 써보자는 제안이었다. 이따금씩 우리는 무엇을 입었는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을 겪는다. 그 하루는 왜 선명하게 남는가. 누구와 무엇을 경험했기에 그날의 옷차림까지 외우고 있는가. 이 주제로 모은 수십 편의 글 중에서 너무 서투른 옷차림이라 유독 기억에 남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스물다섯 살의 도혜가 쓴 글이다. 아직 한 번도 알바를 해본 적 없는 아이가 있었다. 열아홉 살의 도혜였다. 도혜는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처럼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며 학교와 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그의 친구 윤이는 달랐다. 고등학생 신분으로도 이미 여러 알바를 해본 아이였다. 그들의 동네가 관광지로 뜨기 시작하여 곳..
고등학교 입학식이 다가오자 새 출발을 앞둔 아이들 표정에 희비가 드러난다. 가고 싶은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그러지 못하는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복이 마음에 안 든다, 건물이 낡았다 등 아이들 입에서 투정 섞인 소리가 새어 나온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모양이다.요즘은 어느 고등학교에 가느냐가 어느 대학에 갈지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등학교가 대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이 확대되며 학생부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시모집은 학생, 학부모, 학교가 함께 뛰는 3인4각 경기다. 아이가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부모와 학교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아이의 발목을 잡게 된다. 하지만 부모와 학교가 기대 이상의 지원을 해주면 아이는 자기 실력 이상의 결과..
“악법도 법이다”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가 1930년대에 출판한 에서 실정법주의를 주장하며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든 것은 실정법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악법도 법’이므로 이를 지켜야 한다”라고 쓴 내용이 마치 소크라테스가 한 말처럼 와전된 것이다.2004년 헌법재판소도 일부 중학교 사회교과서에 실린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며 독약을 먹었다”는 내용은 준법사례로 연결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내용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억압적 법 집행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악법은 참으며 지켜야 할 것이 아니라 싸워서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한편 일상에서 “얼마전 주차위반 벌금을 물었다”처럼 ‘벌금’을 잘못 쓰는 사례가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