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막을 최고의 방책은 ‘고립’과 ‘격리’다. 전 세계가 물리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사람이 매개체이다 보니 확진자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지난해 12월31일 첫 환자가 보고된 이후 석 달 만인 30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는 72만명을 넘었다. 사망자도 3만4000명에 이른다. 실시간 코로나 자료를 제공하는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199개 나라와 지역, 2척의 크루즈선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실제로 ‘고립’의 대명사로 통하는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마저 코로나 침투를 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구상에는 여전히 감염자가 한 명도 없는 ‘코로나 청정지역’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남극이다. 28개국이 과학기지를 운영 중이지만 엄격한 입국 통제 덕분에 확진자가 없다. 코로나19..
정부가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소득·자산 환산 하위 70% 가구에 대해 최대 100만원(4인 이상)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원금은 1400만가구에 가구원 수에 따라 40만~100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전자화폐 등으로 지급된다. 집행은 이르면 5월 초쯤이다.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다음달 안에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일회성 지원이다. 정기적으로 아무 조건 없이 모든 국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다르다. 그러나 지급 대상이 전 국민의 70%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기본소득 취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지원금이 소비를 통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거쳐 기업으로 흘러들어 무너져가는 경제를 되살리는..
정부가 4월1일 0시부터 국내 입국자에 대해 2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는 조치에 들어간다. 이번 조치는 출발지와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관광 목적 등의 단기 체류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효과도 있다. 입국자 자가격리 의무화는 ‘고강도 물리적 거리 두기’의 한 방편이자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검역대책이다. 정부의 입국자 자가격리 방침은 국내 신규 확진자의 30~40%가 해외에서 유입되는 현실에 따른 것이다. 현재까지 코로나19의 해외 유입사례는 476건. 29일 신규 확진자 78명 가운데 29명(37.2%), 28일에는 146명 중 41명(28.1%)이 해외 입국자였다. 문제는 유럽·미국 등지의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국내 유입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
코로나19 사태로 시민들의 참정권이 침해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 코로나의 세계적 확산으로 인해 주미국 한국대사관 등 미국의 12개 공관을 포함해 총 40개국 65개 재외공관의 재외선거사무를 다음달 6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4·15 총선 재외국민 투표가 다음달 1~6일 실시되는 만큼 이 지역 유권자들은 투표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전체 재외 선거인 17만1959명 중 46.8%에 해당하는 8만500명이 투표를 할 수 없게 되었다니 안타깝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볼 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재외국민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외국민들이 투표를 못하게 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해당 국가에서 외출제한과 통행금지 등을 시행하고 있고 위반 시 처벌도 받을 수 있어 투표..
“나는 위생 개선이 그 어떤 사회적 조치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청결과 (위생)예절이 먼저 확립되지 않는다면, 교육과 종교는 아무 일도 해낼 수 없다.”1851년, 찰스 디킨스가 런던 보건국 홍보 연설에서 한 말이다. 당시 런던은 그리 살 만한 곳이 아니었다. 5세 이하 어린아이 절반이 감염병으로 죽었다. 그러나 어른들은 관심이 없었다. 어린이는 으레 ‘소아병’에 걸리는 법이었다. 산업혁명으로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다. 도시는 더럽고 비좁아졌고, 아이들이 쏟아져나왔다. 어린이는 매일 12시간을 공장에서 일했다. 13세 디킨스도 주급 6실링을 받고 구두약 공장에서 온종일 일해야 했다.형편이 좀 나은 아이는 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장의 규율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일요일인가 보았다. 골목에 찬송가가 울려 퍼지는 걸 보니. 건너편 건물 지하에 있는 교회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목소리의 질감을 고려했을 때 아주 많은 사람이 모인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거나 다수의 사람들이 모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굳이, 이 와중에, 기어이. 분노보다 공포가 먼저 엄습했다. 노랫소리에 공포라니. 공포 두려움 위축, 분노는 뒤늦게 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들이 호흡하는 공기에서 최대한 떨어지는 것. 내 안전한 공간으로 피신해 숨어 있는 것. 방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앉으니 굴욕감이 공포를 대신했다. 그들은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내 면전에 침을 뱉은 것 같았다. 침이라고 생각하니 다시 두려워졌다. 대체 *이것은 어떤 종류의 감정이란 말인가.(*문장은 브레히트의 시 ‘이후에 태..
일명 ‘박사방’ 운영자 검거와 ‘n번방’ 성착취 사건이 알려지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멘털이 무너지고’ ‘잠을 잘 수가 없다’ 한다. 충격은 컸고 분노는 관련 국민청원의 사상 최다 동의로 표출되었다. ‘n번방’ 얘기로 온·오프라인이 뜨거웠고 여론을 의식한 국회, 청와대, 정당, 법무·검찰, 법원까지 앞다투어 대책을 내놓고 있다. 맘이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빠르게’도 중요하지만 절박함과 다급함에 쫓겨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모든 범죄자에 대한 분명한 처벌과 피해자 지원 등 당연한 눈앞의 대책 외에 우리 사회는 무엇을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지, 공동체 가치와 원리로 회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n번방 성착취 범죄를 가능하게 했던 핵심 기제와 공론화 과정에서 떠오른 핵심 키워드는..
봄마다 장애인들은 ‘420공동투쟁단’이라는 걸 꾸린다. ‘장애인의날’인 4월20일에 맞춰 장애인 차별의 현실을 고발하고 권리 쟁취를 위한 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투쟁단은 매년 3월26일 출범해서 4월20일까지 활동한다. 올해도 3월26일, 지난주 목요일에 출범식을 가졌다. 코로나19 때문에 간격을 유지한 채 간소하게 진행되었지만 날짜가 바뀌지는 않았다. 도대체 3월26일이 무슨 날이기에 그럴까. 이날은 장애해방열사 최옥란의 기일이다. 생전에 나는 그를 TV에서 보았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었던 그가 12월의 칼바람을 맞으며 명동성당 앞에서 농성하는 사정을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소개했다.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라.’ 이것이 그가 내건 요구였다.사정은 이랬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면서 경..